김치·겉절이

파김치와 오이소박이

꿈낭구 2020. 3. 26. 15:46


봄비가 추적추적 내립니다.

이런 날에는 파전이나 부쳐먹음 좋을텐데...

파김치를 담갔습니다.

실은 어제 오후에 주말농장에 쑥캐러 갔었거든요.

봄에 애탕국이나 쑥튀김 정도는 먹고 지나가야는거 아니긋나 싶어서요.

누가 뭐랄 사람도 읎지만서도

가뜩이나 불량헌 주부신세인데

아이 좋아허는 쑥튀김이라도 해주고 싶어서

성치도 않은 다리를 허고 쑥을 캐러 갔지요.

제초제나 살충제를 전혀 하지 않는 유기농 농사를 하는

동무네 밭이라서 맘놓구 쑥을 캘 수 있다보니

동네 사람들이 먼저 휩쓸고 지나갔는지

그다지 많지 않아서 캐고 다듬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쑥이 크면 금세 가득찰텐데...

이 정도면 쑥튀김과 애탕국 정도는 할 수 있지 싶네요.

이거 다듬어서 씻어서 이렇게 건지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나 몰라요.

동무네 쪽파가 많으니 뽑아다 먹으라기에

울시골집 난쟁이 똥자루 같이 짤막헌 쪽파보다

키가 훤칠허니 커서 얼씨구나 파김치를 담그자 허구서

뽑았는데 막상 다듬으려고 보니 넘 가늘어요.

게다가 다듬기가 어찌나 고약하게 생겼던지

아쿠야~! 어젯밤에 이거 손질하고 나서

기진맥진했당게여.

남푠과 함께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었지

안 그랬음 하마트면 밤을 지새울뻔 혔당게라.

오늘은 비도 내리고 해서

차분허니 어제 손질해둔 쪽파로 파김치를 담갔어요.

갓김치를 한 봉지 개봉했는데

고추를 갈아서 담근 갓김치국물이 넘 아까워서

그 국물에다 고춧가루를 넣고

밥물을 쑤어서 새우젓과 액젓과 매실청을 넣고 버무렸어요.

고춧가루가 매운맛이라서

매운거 못먹는 울집부녀 배려해서

이렇게 설렁설렁 담갔어요.

저녁에 파전 부칠것 쬐끔 남겨두고 담갔더니

작은 김치통으로 제법 되구만유.

실온에 두고 익혀서 먹을랍니당.

쪽파대가리가 통통해야 파김치가 맛있는거라믄서

아쉬워라 하는데

이거 새콤허니 익으면 맛있을것 같아요.

양념이 좀 남아서 오이소박이를 해볼라구요.

오이 3개를 절였다가 요렇게...

오이 7개 중에서 양념이 쬐끔이라 3개만 해서

뚝딱 만들어 먹을라구요.

넘 쬐끔 아니냐굽쇼?

히히...감질나야 더 맛나쟈뉴~~!

눈대중이라는게 정말 짬밥 아니긋써라잉?

요렇게 딱 맞을 수 있나 싶어

초짜들은 신기헐법두 허긋쥬?

나란히 나란히 줄맞춰서 넣고

이제 새콤허니 맛있게 잘 익으라고 속삭여주며

파김치와 함께 주방 한 켠에 뫼셔뒀어요.

울집은 파김치와 오이소박이는 익어야만 먹거덩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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