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꿈같은 하루

꿈낭구 2020. 4. 22. 20:00


아침에 울 여름별궁 리모델링 견적서가 나왔다며

상세설명이 필요할것 같다며

적당한 시간을 묻기에

오늘 10시 이후에는 어느때라도 괜찮다하여

시골집으로 가기로 했는데

아직 시간이 좀 남아서 앞베란다 청소를 하면서

수납장 위에 깔려있던 유리를 물로 깨끗이 닦아서 들어올리다

그만 놓쳐서 와장창 깨뜨렸어요.

다행히 유리가 일반유리가 아니라서

뾰족하게 깨지지 않고 차창유리처럼 깨져서

다치지는 않았지만

너무 놀랍기도 했고 처참하게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박살이 나서 이른 아침인데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놀라서 주저앉아 유리조각들을 쓸어담으려는데

남푠이 자기가 할테니까 나오라더니

갑자기 베란다로 나가자마자 옆구리가 아프다고...

거실 바닥에 엎디어 꼼짝도 못하는데

담이 붙었나 하여 파스를 붙여주고

수습을 하려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가봐야겠다며 나갔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유리파편을 쓸어담고 치우느라

혼자서 낑낑대며 거의 끝날때꺼정 동네 병원에 간 남푠한테서는

소식이 없었어요.

내과에서는 결석은 아닌것 같고 깊은 근육쪽의 문제로 보인다며

정형외과로 가보라고 하여 한의원으로 갔었다네요.

찜질하고 침을 맞아도 점점 통증이 느껴진다니까

한의원에서 아무래도 신장내과로 가보는게 좋겠다 하였대여.

그래서 집앞 준종합병원으로 왔다기에

너무 놀라서 정신없이 병원으로 갔더니 CT촬영하는 중이라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응급실에서 극심한 통증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놀랍고 안타깝고...

진통제를 놓아주며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가는게 좋겠다하여

종합병원 응급실로 들어가서 검사 받고 사진 찍고

오전 시간을 정신없이 보냈네요.

어수선한 분위기의 응급실에서 기진맥진해서 잠이 든 남푠 옆에 앉았는데

그제서야 집에서 입은체로

맨발로 햄폰만 달랑 하나 들고 나온것을 알았네요.

밤새안녕이란다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일인지

기진해서 누운 모습을 보니 이게 꿈이 아닌가 싶더이다.


검사결과가 나와 담당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을 듣고

이제는 잠시 지켜보는 수밖에 없겠다하여

그래도 결석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소변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물을 하루에 3리터 이상씩 마셔얀다고 하시네요.

위치가 수술하거나 충격파로 해결하기에는 애매한

요로끝부분이라는데 크기는 3.8mm랍니다.

3mm 정도면 거의 100% 물을 많이 마시는 이러한 방법으로는

소변과 함께 배출이 된다는데 한 번 해보자시며

수액 맞고 좀더 주의깊게 지켜보다가 입퇴원을 결정하는게 좋겠다고 하십니다.

물이 마시고 싶다는데

아직 좀더 지켜봐야해서 아직은 안 된다니까

가엾게도 그대로 잠이 들었네요.

응급환자들이 여러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입구쪽이라서 차라리 나은듯...

다행히 옆에 기둥이 있어서 옆 환자와는 어느정도 떨어져 있고

입구쪽이라서 차라리 나은듯...

하지만 종일 마스크를 쓰고 있으려니 답답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간호사와 의사선생님의 달음박질과 함께

옆 구역 환자가 심폐소생실로 향하는가 싶더니

마지막 가시는 길에 둘러서서 드리는 기도소리가 들리고

딸인듯 보이는 보호자가 눈물을 닦으며 돌아서는 모습이 보이고

낙상 사고로 들어오신 맞은편 어르신께서는

이제 누워 지내셔야 하니 요양병원으로 모셔야 한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는것도 여간 괴로운게 아니더이다.

지금 이 순간 통증에서 해방되어 편안히 잠든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했지요.

몇 가지 검사를 받고 오후 네 시 가까이 되어서야

퇴원수속을 하고

약 한 보따리 옆구리에 끼고

두 주일 후에 예약진료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바람이 부는데도 걷고 싶다네요.

경황이 없어 맨발인 나는 신발조차 커서

자꾸만 헐거워진 틈 사이로 이물질이 들어와

지압 아닌 지압을 하며 걸어오는 길에

배가 고프니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고 가자네여.

브레이크 타임인데 코로나로 인한 비상시국이라서 그런지

그냥 돌아서려는데 우리를 보고는 들어오랍니다.

종종 여름에 모밀소바를 먹으러 찾아오곤 했던 곳인데

우리 단 둘 뿐이라서

가게는 적막합니다.

거리도 한산하고

이렇게 마주앉아 있으니

마치 꿈을 꾼듯...

도토리가루로 만들어진 면인가 봅니다.

바지락칼국수를 시켰는데

2인분이 어마어마하네요.ㅎㅎ

그러고보니 얼마만의 외식인지 모르겠네요.

돌아오는 길에

수레국화가 활짝 핀 가로변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얼마전에 시골집에 수레국화 꽃씨를 심었었거든요.

이런 핑크빛도 있었으면...

이렇게 연보라빛 꽃송이도 있다며 신기해합니다.

여기 와서 나중에 꽃씨를 받아다

내년 봄에 심어보자고 했지요.

아이 어렸을적에

뒷뜰에 가득 무리지어 핀 수레국화 꽃밭에서

아이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었는데

수레국화가 아이 보다 한참이나 키가 컸었지요.

쫑알쫑알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도로변 한적한 은행나무 아래에

누군가 심어 가꾼 수레국화 꽃을 보며

젊은날의 추억을 끄집어 내며 웃었네요.

집에 돌아오자 마자 물부터 끓였어요.

하루에 3리터 이상씩 물을 마셔야해서...

어쩌면 오늘의 이 상황은

유난히 물을 잘 안 마시는 제게

 경종을 울린 사건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어요.

이제부턴 정말 남푠 물 마실때마다 따라서 함께 동참해볼라구요.

참으로 고단한 하루였지만

또한 이만한게 다행이고 감사한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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