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나 원 참~!

꿈낭구 2020. 7. 17. 14:30

아침에는 잔뜩 흐려서 또 비가 오려나 했더니

다행히 하늘이 맑아지고 해가 나와서

오래간만에 주말농장에 다녀온다는 남푠을 따라

바람도 쐴겸 나섰지요.

그런데 우리 밭으로 가는 진입로에 이렇게 풀들이 무성하니

저보구 혼자 차속에서 놀구 있으래여.

남푠 혼자 성큼성큼 들어가고

저는 차에서 내려 둘러보니

지주냥반네 길가의 아랫밭은 참깨랑 당근이랑 대파랑

풀과 경쟁하며 씩씩하게 자라고 있네요.

아로니아도 익어가고 있고

비록 풀들은 무성하지만 새로 심은 모종들도 

잘 자라고 있네요.

참깨밭엔 벌들이 쉴새없이 비행을 합니다.

참깨꽃이 피기 시작했더라구요.

혼자서 참깨꽃을 요리 보구 저리 보믄서

놀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제가 입은 치마가 넘 이쁘다고 

정말 마음에 드셨나봅니다.ㅎㅎ

실은 밭에 간다기에 지난번에 빠져서 흙범벅이 되얏던

핑크색 운동화를 신고 갔었거든요.

세탁하기 전에 일단 말려서 흙을 털어내얄것 같아서

뒷베란다에 방치했더니 바싹 말라서 털어보려니까

먼지가 너무 많이 나서 안 되겠더라구요.

마침 주말농장에 간다기에 어차피 이리 된거 

그거 신고가서 거기서 털어갖구 오려고 헌칫솔꺼징 챙겨갖고 갔는데

주차장에서 혹여 누구라도 만날까봐서

집에서 입고있던 바캉스룩인 롱스커트를 입어 신발을 감추려고 했던건데...

ㅎㅎ신발때문에 민망해서

참깨꽃 사진을 찍는척 자세를 낮췄어요.ㅋㅋ

참깨꽃은 빛깔도 모양도 참 매력적이지요?

길다란 종 모양의 꽃송이 속으로

벌들이 붕붕거리며 열심히 드나드네요.

그런데 애호박을 따러 갔던 남푠이

우리 비트밭이 초토화되얏다공...

일주일 사이에 울주말농장이 이렇게 되얏어요.잉잉...

지난번에 갔을적엔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피해를 주진 않았었단디

질겅질겅 멀칭해놓은 비닐 위로 

밭고랑 사이로 다니면서 땅콩잎을 뜯어먹고

비트잎을 다 뜯어먹으면서

비가 와서 질척하니 비트가 뽑혔던지 이 모양이 되었다네요.

애호박은 어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짓밟혀서 이렇게 되었어요.

발자국이 이렇게 큰걸 보니

새끼가 아닌 덩치가 제법 큰 고라니였나 봅니다.

땅콩의 우듬지의 연한 잎만 다 뜯어먹었어요.

비트는 아마 더 맛있었던지 이렇게 해놨어요.

아무래도 올해 주말농장은 포기해얄것 같아요.

작년까지만 해도 수확기에 접어들면서

새들이 땅콩을 캐먹긴 했어도

한창 자라는 시기에 이렇게 약탈당하기는 처음입니다.

우리 밭에서 실컷 먹고나면

옆의 동무네 밭으로 이동할테지요?

암튼 뽑혀져서 나뒹구는 비트만 대충 줏어들고 돌아왔어요.

에구...아직 한창 자라야 할 땅콩은 그냥 두더라도

비트는 고라니에게 더 피해입기 전에 죄다 뽑아와얄지 고민입니당.

산에 먹을게 지천일텐데

얘들이 야생의 억센 먹이 보다는

먹기에 부드럽고 맛난 농작물에 맛들렸나봐요.

아무리 나눠먹는다고 해도 이건 너무한거 아뉴?

나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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