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한지공예 마감재 바르기

꿈낭구 2020. 9. 10. 22:50

오늘은 여름별궁에 오는길에
자동차 전용도로로 진입혀얀디
앞에 장의차량이 서행을 하는지라
천천히 뒤따라 가믄서 남푠이 꿈 야그를 헝만유.
어제 밤새 시체 옮기는 꿈을 꾸었담서
이런 상황이 되니까 꿈 생각이 났나봐요.
오늘 꾀기 먹을지 모른다며 웃었지요.

오늘사말고 밥 대신 빵을 싸갖고 왔는디 

즘심으로 빵을 먹음서
삼겹살이라도 사다 꿔묵어얀거 아니냐공...
자나깨나 지치지도 않는 울집 부녀의 꾀기타령에
자꾸만 채식이 좋아지는 저는 난감헝만유.ㅎㅎ
에궁~! 저녁에 소고기 꺼내서 꿔얄랑게뵤.

아파트에서는 마감재 바르는 작업이 어려워서

여름별궁으로 가져와서 해보려구요.

하도 오래간만이라서 새롭구만요.

남푠이 재료를 가져왔었는데

그동안 방치해두었다가 이사를 앞두고 정리하다가

마감재 작업을 하지않은 쟁반에 옷을 입혀볼라구요.

바르고 그늘에서 마르면 다시 붓칠을 해서 바르고

그렇게 대여섯 번은 했던거 같네요.

마감재 냄새가 요란해서 사실 실내에서 작업하기엔

너무 요란스러울것 같지요?

그래서 

여름별궁 텃밭의 무우씨가 싹을 틔오 욜삼하 자라고 있는데

또 다시 여러 종류의 벌레들로 여간 성가신게 아닙니다.

무우씨를 뿌렸다가  비가 잦아서 노심초사 했었는데

삐죽삐죽 올라온 어린 무우싹이

정말 귀엽고 예쁘네요.

 무우도 쓰러지지 않도록 북돋우기를 해줘얀다고 했더니

주변의 흙만 긁어모으기에 손끝으로 살그머니 

여린 뿌리 다치지 않게 눌러줘얀다고 했더니

정말 어린 아기를 돌보듯 하나하나 온마음을 다해

이렇게 얌전내서 만들고 있네요.

조만간 솎아서 된장국을 끓일 수 있겠다 했더니

안 된대여. 무우가 실하게 자랄때까지 두고 봐얀다믄서...ㅎㅎ

그 사이에 먼저 바른 마감재가 마른것을 확인하고

쟁반의 뒷면에도 마감재를 발라줘야겠어요.

그런데 모기의 공격이 저에게만 집중되어서

고역입니다.

모기향꺼징 피워놓고 뭐 대단헌 작품도 아니건만...

제 주변을 어슬렁거리더니 마감재 냄새가 맘에 들지 않는지

저만치 데크 위에서 뒹굴고 놀거나 자는걸 즐기고 있습니다.

네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제법시리 섹시헌 포즈로 잠이 든 딸을 바라보는 냥1이.

동물들의 세계는 참 놀라워요.

요즘에는 어미인 냥1이가 2인자로 밀려난것 같아요.

먹이를 주면 예전에는 냥1이가 먹고 나야

냥2와 냥3이가 머리를 디미는데

요즘엔 냥1이가 냥2한테 밀려서 함께 못먹더라구요.

예전에는 셋이서 사이좋게 머리 디밀어가며 먹곤 했었는데...

감나무에 몇 개 열리지도 않은 감이

잦은 비에 맥없이 떨어지고 말아서

올해는 감도 사먹어야 될것 같아요.

익어가는 감 하나 떨어지고 말까봐서 꺾어왔어요.

집으로 가져와서 걸어두고 즐기려구요.

아주 작은 매미의 꼬까옷 위를 살펴보니

땅속에서 길고 긴 어둠속에서 지내던 이 작은 생명체가 

무사히 다음생을 이어갈  임무를 책임지고

이곳에서 우화를 한 흔적이 보이네요.

유난히 잦은 비와 심술궂은 태풍으로 색시를 만나기도 어려웠을텐데

내년에 얘네 후손들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냥3이는 요즘 제 엄마인 냥1이 앞에서

애교가 아주 대단합니다.

발랑 뒤집어지고 장난을 치는가하면

제 어미를 핥아주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같은 딸이라도 냥2는 한 번도 그러는걸 본 적이 없거든요.

냥2도 한 포스 보여주긋다고

한 쪽 다리를 요러구...

쟁반에 마감재를 너댓 번 발라서 말리고 남은것을 이용해서

집에 돌아와서 6단 수납장에 마감재를 발랐어요.

한 번 더 곰꼼하게 칠하는 모습에

자그마한 것들을 주섬주섬 챙겨들고 나왔어요.

이 서랍장을 만드느라고 얼마나 힘들었게요.

밤잠을 설쳐가며 도안을 오려내느라 눈이 핑핑 돌아갈뻔 했었지요.

만들어서 마감재 한 번 바른 뒤에

여태껏 한 번도 마감재 작업을 안 해줘서

이사가기 전에 겉부분에라도 한 번 작업을 해서 가져가려구요.

머리핀과 고무줄을 넣어두는 작은 미니상자에

마감재를 발랐더니 

눈부시게 피어난 벚꽃에 눈이 부시고 어질어질 합니다.ㅎㅎ

겨우겨우 남은 재료로 바르는데

실내에서 하려니 좀 그렇구만요.

요거 완성해서 차에다 싣고 오면서

조심조심 운전했던 생각이 나네요.

이래봬두 이게 얼마나 많은 과정들을 거쳐서 태어난 작품인데요.ㅎㅎ

반짙고리도 발라주려다가 보니

얘는 마감재를 아직 덧바르지 않아도 되겠어요.

만들때는 요거 울딸랑구 시집갈때 줘야지...

하면서 정성을 다해 만들었었는데

요즘 신세대들의 눈에는 고리타분해 보이지 않을까 하여

우선은 제 엑서사리 함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나중에 나중에 이것이 아이의 눈에 들어올 나이쯤이면

아마도 나는 이 세상을 떠나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름철 자리를 옮겨두었던 서랍장을 

원래의 위치로 옮겨두었어요.

손쉽게 꺼내쓰기 좋은 마스크나 손수건 등등을

넣어두기 좋은 작품입니다.

새옷을 입혀줬더니 빛깔이 좀 짙어진것 같아요.

앞태를 보자

옆태를 보자...

ㅋㅋㅋ이거 만들면서 함께했던 이들이 그리워집니다.

이사하고 나면 나머지 크고작은 작품들에

마감재 작업을 다 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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