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전원생활에 200% 적응하기

꿈낭구 2020. 11. 10. 17:26

봄부터 시작했던 공사가

이러저러한 팀장님의 형편과

날씨까지 합세하여 결국 이번 주에 마무리 공사를 하게 되얏는디

그러다 보니께 정원의 나무들이 모두 떠꺼머리총각 맹키로

어수선 허기 이를 데 읎어서

내년 봄꺼정 걍 놔두고 볼 수가 없다믄서

남푠 가위손을 흉내 내면서

손수 나섰습네당.

전지 하는 것도 다 때가 있는지라

잘못 잘랐다가는 내년 봄에 꽃을 지대루 못 보는 수가 생긴 단디

글두...조금이라도 다듬어야긋다네여.

작년에 뭣모르고 토란대 잘라서 말린다고 나섰다가

남푠이 피부과 치료를 받아야 했던 아픈 과거가 있어서뤼

올해는 아예 토란대 근처에는 가지도 않으려고 해서

어쩌다가 서리까지 맞고 짜부라들게 된 토란대를

아까워서 이렇게 장갑 끼고 갈라서 옥상에 말리는 중입니다.

어제 팀장님께서 만들어 가지고 오신 틀입니다.

오늘 옥상 데크에 놓을 테이블과 의자를 만들기로 했는데

또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하루가 미뤄졌네요.

생각보다 훨씬 커서 8명 까지도 거뜬하겠어요.

공사가 지연된 것이 미안해서

이걸 꼭 직접 만들어 주시겠다는 팀장님 마음이 고맙더라구요.

풋팥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잘 여문 팥은 이렇게 말렸더니 제법 많네요.

공사 때문에 올해는 수확이 작년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게 워디래여?

유기농 팥으로 팥빙수도 만들어 먹고

단팥죽이랑 팥국수도 만들어 먹을 것을 생각허니께

아주 뿌듯허구만이라.

호랑가시나무 전지 하는 게 좀 어렵네요.

가시가 있는 데다가 때를 놓쳐서 키가 너무 자라

높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려니

그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닙네 당.

지난번에 화분 정리한다고 전지가위에 다쳤으면서도

또 슬그머니 전지가위를 들고

나도 뭔가를 좀 돕긋다고 나섰지만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잘라놓은 나무를 잘게 자르는 거 말고는 없는지라

글두 가위를 들믄 뭔가 자르고 싶어 지더라는...

그랴서 애먼 부추를 잘라놓고

해를 등지고 앉아서 다듬다 보니 어라?  

이거 어쩐다지요?

사마귀가 아주 튼실한 집을 하필 부추에다 지었네요.

단열 시공한 집처럼 아주 견고한 알집입니다.

요즘 냥3이의 애교가 날로 늘어가고 있다네요.

냥2가 사춘기인지 매사 심드렁하고

집안에 틀어박혀 잠만 자고

느시렁 느시렁~~

좀 수상스러운 틈을 타서

냥3이가 쥔 아자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네요.

언니인 냥2 앞에서는 시치미를 떼고 새침한 척하는 영악함도 갖췄대여.

부르면 일단 좌로 굴러 우로 굴러로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던데

내가 불러도 얌체같이 미동도 하지 않더니만...

제 일광욕을 방해했다는 시위인지

자리를 옮겨 시선을 피하고 있네요.

그러던 냥3이가 갑자기 무언가에 꽂혔나 봐요.

아하... 사마귀였구나.

호기심 많은 냥3이의 좋은 장난감이 되갓구만유.

발톱을 감추고 슬그머니 건드려 보네요.

집중 헌 모십이 자못 진지합네당.ㅎㅎ

움직이는 사마귀를 따라서 포지션을 바꾸고 있네요.

허허...요것 봐라?

마치 그러는 것처럼...

아고고...집중도가 아주 높아요.

흥미로운 사마귀와 냥3이의 모습을 지켜보믄서

지가 더 가심이 콩닥거링만유.

야~! 너 어쩔라구 그 위로 기어 올라가는겨.

둘이서 마주 보고 맞짱이라도 떠보긋단 겨?

아서라. 냥3이가 월매나 날쌘돌인지 너 몰라서 그랴?

냥3이를 불러내 뒤뜰로 갔더니

딸기밭에 미니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줄 거냐고 묻네요.ㅎㅎ

발그레하니 익어가는 딸기를 보니

것두 좋은 생각이지 싶습니다.

아직 예비군들도 여럿 이구마는...

ㅋㅋ이 딸기밭에서 딴 딸기로

오날침 공평 지게 3등분 해서 샐러드에 넣었드랬쥬.

아마 맛이 꽤 달 큰 허니 좋았던가 봅니다.ㅎㅎ

다용도실에 설치할 홈통이 냥이들의 런웨이가 된 지 한참 됐어요.

내일부터 공사 시작하면 것두 끝이니께

크게 선심 쓰마.ㅎㅎ

서재에서 창을 통해 바라보던 단풍과

직접 가까이에서 올려다보는 빛깔이 다르네요.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서 한결 고와요.

이쪽 구역에 석류나무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붉은 빛깔 단풍이 드는 나무 대신

온통 노란 단풍 일색이네요.

옆집의 커다란 살구나무 그늘에 치여서

좀 안됐긴 한데 그래도 나름 이쁘게 잘 자라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요즘 새들을 불러 모으는 산수유네요.

빨갛게 익은 열매가 넘 이쁘져잉?

새들의 밥상이 되고 있어요.

이 산수유나무를 주신 지리산 아저씨께 보여드려야 하는뎅...

벌써 이렇게 자라서 열매를 맺는 튼실한 나무가 되었다고.

산수유는 열매가 쪼글쪼글해지면 수확하는 거라네요.

저는 그냥 새들도 먹고

우리 눈도 즐거울 겸 수확하지 않고

겨우내 그냥 둘까 봐요.

진달래는 단풍도 참 곱지요?

새색시 같이 어여뻐요.

내년 봄 예쁜 진달래꽃을 선물하려고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워요.

단풍나무가 너무 자라서 잘라줘얀디

이 단풍을 차마 포기할 수 없어서

그냥 두기로 합니다.

지난가을부터 피기 시작한 겹동백이 또 꽃을 피웠네요.

카네이션 동백답게 정말 꽃송이가 화려하지요?

겨우겨우 살려낸 동백나무라서 더 애지중지 하게 됩니다.

단풍도 각양각색.

라일락 단풍 든 잎은 어쩜 이리도 멋질까요?

빛깔이 환상입니다.

이 의자에 자꾸 앉고 싶어 지는 이유가 바로...

이 아래에서 새들과 놀고

냥이들과도 놀고

차도 마시고

때론 맛난 새참도 먹고...

하루하루가 너무나 행복한 전원생활입니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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