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불갑사의 꽃무릇

꿈낭구 2011. 9. 17. 23:33

 

 

주말 오후

전라남도에 위치한 불갑사의 꽃무릇을 만나러 갔었지요.

다음주 부터 꽃무릇 축제를 한다고

벌써부터 장터마당이 시끌적 합니다.

 

 

다음주 쯤이면 절정일듯...

아직 만개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아름다웠어요.

어느새 억새가 이렇게 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해주네여.

 

 

온 산이 불 붙은듯 현란합니다.

초록과의 대비로 더 더욱 현란한 꽃무릇 잔치더이다.

 

 

꽃의 생김새도 워쪼믄 이케도 묘헌지...

박형준님의 석산꽃이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석산꽃

                               - 박형준 -

한몸 속에서 피어도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무덤가에 군락을 이룬다

 

당신이 죽고 난 뒤

핏줄이 푸른 이유를 알 것 같다

초가을

당신의 무덤가에 석산꽃이 가득 피어 있다

- 나는 핏줄처럼

당신의 몸에서 나온 잎사귀

 

죽어서도 당신은

붉디 붉은 잇몸으로 나를 먹여 살린다

석산꽃 하염없이 꺾는다

꽃다발을 만들어주려고

꽃이 된 당신을 만나려고

 

*  상사화처럼 석산도 잎 없이 훌쩍 올라온 꽃대궁 끝에서 꽃을 피운다.

우리말로는 '꽃무릇'이라고 부른다.

붉은 꽃잎 사이로 삐죽이 뻗어 나온 꽃술이 아슬아슬하다.

아무 기별도 없던 꽃무릇은

가을 내음 풍겨오면 순식간에 50cm까지 꽃대궁을 키운다.

그 끝에 피어난 꽃은 화려하지만 여느 꽃보다 서글프다.

잎사귀가 없어서다.

꽃 져야 올라올 잎은 다시 꽃을 피우기 위해 눈보라 맞으며 긴 겨울을 나야 한다.

꽃을 만나지 못해도 핏줄이 하나인 이유다.

지금 땅속에서 꿈틀거릴 잎새의 장한 아우성이 고맙다.  *  <고규홍·나무칼럼니스트>

 

 

산에 들었어도 덥기는 여전합니다.

오늘도 무척 후텁지근한 날씨인가 봅니다.

사람들이 모두 그늘을 찾아 들어가서 이곳은 인적이 드물어요.

 

 

상사화라고도 불리우는 이 꽃무릇은

꽃과 잎이 끝내 만나지 못하는 슬픈 운명이라서 이렇게 진분홍으로 옷을 입혔을까요?

 

 

불갑사를 끼고 걷는 길로 들어섰는데

멀찌감치 바라보니 제법 큰 절이네여.

 

 

이 꽃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습니다.

산이 제법 높은듯 보이는데 계곡이 눈에 띄지 않고

이렇게 자그마한 저수지가 계곡을 대신하네여.

 

 

걸어 올라가는 길이 이렇게...험상궂게 생겼더라구요.

꽃에 취해 한눈을 팔다가는 자칫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게 생겼어요.

계속 오르기에는 너무 힘들것 같아서

한 시간 정도 오르다가 되돌아 왔거든요.

 

 

 

 

한 줄기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 가냘픈 꽃대궁이 눈을 어지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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