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비싼 청국장

꿈낭구 2011. 10. 15. 22:21

 

 

 

 

주말 오후.

어중간한 시간이라서 산에도 못가고

도서관에 책 반납하러 운동삼아 걸어서 다녀올까 했더니만

부녀지간에 약속이나 한 듯

콤콤헌 청국장이 먹고 싶다고 주문이 들어왔네여.

바람도 불고 오늘같은 날에는 뜨끈헌 청국장이 땡긴다면서...

환할때 천변을 걸어보자며 울신랑 따라나섭니다.

돌아오는 길에 마트에서 청국장 사오면 되잖긋냐고...

와우~~한동안 이 천변을 나와보지 않었등마는

이렇게 억새가 절정입디다.

 

 

때 맞추어 불어오는 바람에

일제히 군무가 펼쳐지는디...

증말 가을의 정취가 풍겨나는지라

감탄사를 연발했드랬죠.

 

 

 

강을 끼고 끝없이 펼쳐진 이 광경을

우리끼리만 보는게 아까워서 들고 나선 똑딱이 카메라로

담아보았어요.

 

 

얼마쯤 걸었등만 갑자기 풍악이 울리며

사람들이 모여있는디 이게 뭔일이뎌~~?

없어졌던 섶다리가 다시 근사헌 모십을 허고

우리를 반기고 있지뭡니꺼.

 

 

강 이쪽과 저쪽에 천막들이 쳐있고

아이들이 연을 날리고

아마도 오늘 이 섶다리 개통식(?)을 허는 모냥입니다요.

 

 

두둥둥~~북과 징이 울리더니

추임새를 구성지게 넣는 소리가 들리기에

무슨일인가...하여 다가갔더니

돼지머리가 놓인 단상에서

한참 고사를 지내는 모양입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하네여.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들이 있는지

유난히 가족단위 젊은 부부들이 눈에 띄등구먼유.

아이보다 아빠가 더 신바람이 나서 연을 날리구요.ㅎㅎ

바람이 많이 불어서 형형색색의 가오리연들이

하늘 높이 올라가네여.

줄을 당기고 풀어주는 기량을 뽐내며

혼자 독차지한 아빠를 보며 아이는 팽~허니 토라졌어요.ㅎㅎㅎ

 

 

오늘 저녁 아마 이곳에서 거창헌 행사를 하려나 봅니다.

한참 준비를 하느라 관계자들이 분주히 오고 갑니다.

한쪽에선 오늘밤에 연주를 하려는지

단원들과 악기들도 보이고요.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들에

아이들이 더 더욱 흥분을 해서 신바람이 났쓰요잉.

 

 

오늘 이곳에 나온 목적을 상기하고

서둘러 징검다리를 건너서 조금 한적한 길을 걸어보기로 했지요.

그란디...아까부터 심상찮게 불던 바람이 수상터니만

하늘 저쪽에서 번개가 번쩍입니다.

일기예보에 저녁부터 돌풍이 분다더니

아무래도 날씨가 수상해서 아쉽지만 여기쯤서 고만 돌아가기로 했어요.

 

 

살짝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자

섶다리에 불이 켜지고 보석같은 불을 밝힌 등이 하늘로 수십개씩 올라가는 모습이

아주 멋지기에 여기서 다시 발목 잡혀서리 한참을 구경했지요.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에도 불이 켜져

강물을 멋지게 물들입니다.

어둠이 내리면서부터 더 분위기가 고조되는데

에고고...카메라의 배터리가 바닥이 났쓰요.

 

 

우르릉~~소리가 잦아지기에

서둘러 도로로 올라왔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네여.

집까지는 아직 이십 분이나 더 걸어야는디...

그 와중에도 딸랑구의 청국장 주문이 생각나서

모자를 뒤집어쓰고 잰걸음으로 빗사이로 걸어 마트에 들어가서

청국장을 사들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서 꼼짝없이 처마밑에 서서 비를 피하게 되었지요.

이제 어둠이 내려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때문인지

택시가 눈에 띄질 않아서 하염없이 기다리다

얼마를 기다린 끝에서야 겨우겨우 택시로 집에꺼정 왔구먼유.

그리하야... 오늘 아주 비싼 청국장을 먹게 되얏쥬.

 

요것은 먹을적엔 좋은디 먹고 난 후가 문제랑게요.

냄새가 없음 청국장 맛이 안 날 것이고

암튼 이 요란헌 음식은 주말 저녁에나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니까요...

택시타고 온 비싼 청국장이라 그렁가...ㅋㅋ 워따매~증말 맛나드랑게여.

주방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키고 아로마 향초도 밝혀두고

ㅎㅎㅎ 시방 욕조에 물을 받는 중이구먼요.

청국장 먹기에 이렇게 수속이 복잡허닝게

집에서 일을 벌이기가 쉽지 않구먼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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