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미안함

꿈낭구 2011. 11. 8. 09:26

 

 

순전히 햇빛과 바람과 땅의 힘으로 자란 우리 주말농장 채소들입니다.

그동안 영농의욕이 상실된 우리가 발걸음을 하지않은 동안에

이렇게 자라났더라구요.

어찌나 미안하던지요...

 

 

여러가지의 쌈채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키재기를 하고 있더이다.

치커리가 한때 선두를 달렸더랬는데...

 

 

씨앗 한 봉지에서 몇 개 돋아난 쑥갓을 보고

땅이 우리를 배반했나 싶고

엄청 의기소침해져서 실망감으로 내버려두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싱싱하게 자라났어요.

발아가 늦어졌을 뿐이었는데

조급했던 우리마음이 부끄러워졌어요.

 

 

당근 역시 흙이 안 보일정도로 빼곡허니 자리를 잡았네요.

씨를 두 번 뿌렸었거든요.

해마다 당근 만큼은 성공적으로 길러냈더랬는데

지난번 주말농장에 와보고는 포기를 했었구마는...

 

 

밭고랑에 씨앗이 떨어졌던지

이렇게 볼품은 없지만

그래도 악조건 속에서도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자라준게

어찌나 대견하고 고마운지요...

 

 

방울토마토를 걷어낸 자리에 뿌려둔 무우는 이렇게 자랐어요.

애시당초 싹이 노래서 방울토마토 키우면서 세워두었던 철망도 그대로 둔채 내버려두었더니

좁은 공간안에서 비집고 이렇게 함께 어우러졌습니다.

드믄드믄 솎아주어 숨통을 틔워주었어얀디...

어차피 김장용으로는 어림없으니

무시래기나 먹어얄까 봅니다.

 

 

아고고...그래도 이렇게 제법시리 무우가 밑이 들었네요그랴.

게으른 주인을 타박하지도 않고 이렇게나마 자라준 채소들을 보니

너무너무 미안시러서 요며칠 비가 내려 촉촉해진 땅인데도

물이라도 흠씬 주고와야 맘이 좀 편해질듯...ㅎㅎㅎ

 

 

래디시가 아주 맞춤허니 자랐더라구요.

어찌케나 이쁘게 생겼는지...

어린싹을 보면 래디시인지 비트인지 구분이 잘 안 되야요.

실은~ 비트인줄 알고 뽑았더니 래디시더라니까요.ㅋㅋ

 

 

샐러드할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되는 쌈채소.

 

 

대파를 좀 뽑아왔어요.

잔류농약이 대파와 깻잎에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좀체로 사먹고 싶지 않아서

대파를 좀 넉넉하게 심었는데

올가을 김장하고도 남게 생겼어요.

대파의 푸른잎까지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서

국물낼적에도 요긴하게 쓰이지요.

 

 

요게 무엇이냐굽쇼?

ㅎㅎ대파뿌리여라.

겨울철 감기에 요걸 넣고 배랑 모과랑 은행이랑 기타등등 넣고 달여서 마시면

왠만한 감기엔 즉효더라니까요.

그래서 파뿌리를 버리지 않고 씻어서 말려두었다가 사용해요.

아무래도 달여먹는건데 농약성분이 있음 곤란하니까요.

화학비료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완죤유기농이라서

생긴건 요래도 마음놓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라서 좋아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정신없이 열리는 가지가

달랑 두 개 달렸더라구요.

길 가에 심겨져서 아마도 오가는 이들이

하두 이쁘고 탐나서 따먹지 않았나 싶어요.

갈적마다 날로 먹기좋게 이쁘게 생긴 가지가 주렁주렁 했었는데...

우리가 발걸음이 뜸한 동안

그래도 누군가라도 맛있게 먹었음 되었지요.

안 그럼 방맹이만큼 커다랗게 늙어 매달려있었음

더 미안하잖아요.

 

 

비가 내린 후라서 흙이 잎사귀에 튀어서

델꼬와서 씻는데 제법 힘이 들었지만

이렇게 다양한 먹거리들에 갑자기 식탁이 풍성해졌어요.

 

 

노지에서 순전히 햇빛과 바람으로 자란 야채들은

속성으로 키워낸 야채들과는 맛에 있어서

차원이 다르답니다.

살짝 뻐신듯 해두 달큰허고도 꼬숩고...

쌉싸레 허믄서도 뭐라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거시기(?)헌 맛 말이야용.ㅋㅋㅋ

 

 

아고고...야들꺼정 따라왔네요.

요기가 워딘지도 모르고 태평스레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구만요.ㅎㅎㅎ

울딸랑구 귀엽다고 키우면 안 되냐고...

에잉~!

야들헌티도 행복추구권이 있다고 말렸지라.

배춧잎은 새장 안에 넣어주고

달팽이는 아파트 화단으로 델다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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