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이 뭣인종 눈치 채셨으까요잉?
ㅎㅎㅎ 바로 모주라는 것인디
야심헌 저녁시간에 보셔얄낀디...
재료 : 막걸리 1병, 계피조각 20cm, 대추20알, 생강 두어 쪽, 흑설탕 1c
엊저녁 이웃마을에 사시는 작은형님께오서
저녁이나 함께 하시자고 꾀기집에 부르셨어요.
모처럼 손아래 동서랑 손위 시누이까지 한 자리에 모여
화기애애헌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배가 불러 운동삼아 집꺼정 걸어오다가
갈증이 나서 잠시 울동네 참새방앗간(ㅎㅎ 대형마트야용)에 들어갔다가
음료수 한 병 사들고 나오려는디
아 글씨...욘석이 나를 따라오긋다공...
애써 외면을 허는디도 자꼬만 부르능교.
누가 보믄 우짤라고...
ㅋㅋㅋ 흑설탕 한 봉다리를 사서 요넘을 살짝 슁겨갖고 왔구만요.
요것으로 말헐것 같으믄 히히...이거 상당히 쑥씨런 야근디
이렇게 발설을 혀도 될랑가 몰러요.
울딸랑구 갖구서 그 요란헌 입덧으로 물꺼정 토해내던 그 시절에
욕실꺼정 갈 틈도 없이 무엇이든 입속으로 들어갔다허믄
곧 바로 다시 나오니 화장실까지 갈 새가 없었지라.
그랴서 누워있는 제 머리맡에 그 용도의 작은 대야를 항상 대령을 혔는디
그걸 비우려 들고 나가던 울신랑...
(그해 겨울 지 대신 살림허고 절 먹여 살리느라 손이 다 텄었다우.)
애써 만들어준 음식을 아무것도 못먹고 토해내는게
안타깝기도 허고 속이 상했던지
대야를 들고 나가면서 혼잣말로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녀자들에게 있어서는 그 시기가 일생중 기억력이 가장 좋을때라잖우?
그 말이 섭혀서 울딸랑구 키우며 이뻐서 어쩔줄 모를적마다
'지금 그 영화 보고있네요 뭐!' 허믄서
그때 그시절의 실언을 상기시키고는 혔었지라.ㅋㅋㅋ
그렇게 몇개월을 보내다가 어느날 병원에서 나오는데 갑자기 워디선가...
'우잉? 이게 무신 냄새랴? 이 맛난 냄새가 워디서 난뎌?'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이 환상적인 냄새의 근원지를 찾는디
울신랑 너털웃음을 웃으며
'푸하하...울마나님 이거 클났네. 이 냄새가 바로 막걸리 냄새라고오...!'
근처의 포장마차에서 풍겨나오는 이 먹음직헌 내얌시를 워쪼믄 좋다요.
차마 거길 못델꼬가고 시끌벅쩍헌 재래시장 속의 어느집에 델꼬가서
막걸리를 넣어 쪄낸 찐빵을 사줍디다.
찐빵에서 솔솔 풍겨나오는 그 맛난 냄새라니요...
게눈 감추듯 몇 개를 정신없이 먹었지라.
그리고는 그 지긋지긋허던 입덧을 마감을 허지 않었긋쓔?ㅎㅎㅎ
지금껏 울신랑이 저를 놀리는 사연이구만요.
그시절 저를 온통 무턱대고 사로잡던 그 냄새를 추억허믄서
가끔 겨울이면 그 시절을 떠올리며 막걸리를 이용한 모주를 만들어서
홀짝홀짝~~!ㅋㅋㅋ
집에 오자마자 옷을 벗어 내던지고 요것부터 꺼내서 씻었지라.
유일하게 즐겨보는 테마기행 ...그것도 동유럽 여행의 추억이 담겨진
폴란드가 나온다고 빨리 와서 봐얄거 아니냐고 불러쌌는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소기의 목적을 달성코자 집중 들어간 모습이 우습기만 한가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지는 술을 전혀 못마시거덩요.
맥주 한 잔에도 고만 알딸딸혀서 다리가 접어지는디...
게다가 크리스챤이구요...
이 뽀얀 막걸리를 큼지막헌 냄비에 쏟아붓고는
대추와 계피, 생강을 넣고 흑설탕을 넉넉허니 넣고 끓이기 시작헙니다.
햐~ 이 기가맥힌 냄새라니요...ㅋㅋㅋ
주의할점은 요게 어느순간에 부르르 끓어 넘친단 사실을 명심허시구랴.
그랴서 넉넉헌 냄비여다가 일을 벌여야 쓴당게라.
일단 끓기 시작허믄 뚜껑을 열고 약불에 오래오래 끓여서
알콜을 날려보냅니다.
이것저것 감초랑 오가피랑 한약재가 워디 있을낀디
맴이 급헌 남지기 오늘은 요걸루만 끓였구만요.
저는 설탕을 좀 달달허니 넣었지만 설탕의 분량은 제각각 취향대로...
글구 알콜을 날려보내는 것도 취향대로 하심 되여라.
테마기행을 보는 동안에도 궁딩이가 들썩들썩...
어느새 양이 반으로 줄어들면서 약간 농도가 짙어져서
살짝 맛을 봉게로 아조 끝내주는 맛이여라.
모름지기 요것은 사발에다 마셔줘얄틴디
뜨끈헐적에 먹고싶다는 일념에 사로잡혀
사발이고 나발이고...
눈에 띄는 요기다가 담았구먼요.
요건 뜨걸때도 맛있지만 차게 먹어도 역쉬 맛있다구요.
달달구리 허믄서도 찐헌...무어라 말과 글로는 형언키 에로븐 맛이여라.
비운의 인목대비사건에 연루되어 제주도에 유배당한
대비의 어머니 노씨부인이
술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섬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것이 연유가 되어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 해서 모주라 불렀다지요?
ㅎㅎㅎ 이쯤되믄 맛이 궁금들 허시지라잉?
지가 만든거라 좀 거시기허지만서도니는
별 세 개를 주어도 아깝지 않은 맛이구만요.
하루저녁에 딱 요만큼만...
두 번 먹을 분량이라서 턱없이 쪼매남은 냄비를 부여안고 허퉁혀서...
'이거봐요...대추랑 계피랑 넘 아까운디
오늘 한 병 더 사다가 여기다 넣고 다시 만들어얄랑게뵤.
찐빵도 찌고 호떡도 만들고...걍 댓병 사올까?? ㅋㅋㅋ
결국 한 병을 더 사다가 요참에는 여러가지 한방재료를 넣고
끓이고 있는데 요번것이 더 맛이 좋을듯...
계피와 생강이 어우러져 집안 가득 향긋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