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지은 죄가 있어서뤼...

꿈낭구 2022. 9. 24. 12:25

의자가 배송되었다.

커다란 박스 두 개에 담겨져서.

박스를 개봉하자 비닐에 의자가 턱허니

버티고 있다.

요것은 의자 다리 같은데...

네이비와 그린과 그레이를 주문했는데

그레이가 품절이라 27일에나 배송된다더니

오늘 한꺼번에 배송되었다.

설명서를 보고 간딴허니 조립을 하며

혼자 신이 난 남푠.

아... 신이 난 댕댕이도 있었구나.

조립하느라 포장되어 온 커다란 박스를

옆 마당에 던져두었더니

어쭈구리~! 

이렇게 경우 지게 들어가 앉아있다.

왜 냥이들은 박스를 그렇게나 좋아할까?

며칠 실컷 놀도록 당분간 그대로 둬 볼까?

생각보다 무겁고 모니터로 본 것처럼 예쁘지 않아서 조금 실망.

그러거니 저러거니 일 저질러 놓구서뤼

혼자 신바람이 나서 조립하느라 바쁜 남푠.

원하는 컬러 중 하나가 입고가 늦어지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네이비로 선택을 했더니만

좀 엉뚱해서 궁시렁궁시렁~~

그래서 그레이는 딸랑구, 그린은 내꼬얌!

그러니깐 네이비는 원인 제공자인 남푠꺼.ㅋㅋ

거실 창가 테이블의 의자와 비슷한 것으로 골랐는데

막상 배송되어서 보니 높이도 다르고

이 식탁의자가 좀 투박해 보인다.

바로 조립을 끝내 식탁에 가져다 놓고 보니

높이가 너무 낮고 익숙지 않아서일까?

그리 어울리지 않아 살짝 시큰둥.

게다가 무겁기까지 하다.

하긴...그 오랜 세월 동안 익숙했던 의자가 바뀌었으니

적응기간이 필요하겠지.

 

이 어처구니없는 사연인즉슨...

얼마 전 언니네가 시댁일로 시골에 내려왔다가

가는 길에 잠깐 얼굴이나 보고 간다고 울집에 들렸었다.

언니는 초여름쯤에 코로나로 고생하더니

후유증이 심한지 영 몸이 여기저기 아프단다.

얼굴에 병색이 그득해서 누구보다도 여행을 좋아하던 언니가

이젠 여행이고 뭐고 몸이 안 따라주니 시큰둥하단다.

 

시댁에서 이것저것 챙겨 주셔서 트렁크 속에 가득하다면서

냉장고가 고장나서 가져가도 복잡한 상황이라며

맛있는 송편을 조금 덜어주고 꽁꽁 언 가래떡도 주고 싶은데

가래떡이 너무 꽁꽁 얼어서 떨어지지 않는다며 아쉬워하더니만

주차장에서 작별하려는데 가래떡 뭉치를 꺼내며

어떻게 수를 써서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언니네는 조금만 가져가긋다공...

 

가래떡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푠이

얼씨구나 가래떡 뭉치를 들고 집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그냥 그대로 도로 들고 나왔다.

너무 꽁꽁 얼어서 떨어지질 않는다면서 몹시 아쉬운 듯...

언니네가 떠나고 주말농장에 다녀와 집에 들어오니

일을 저질렀다며 이실직고하는 남푠.

꽁꽁 언 가래떡을 억지로 떼려다가 안 떨어져서

식탁 의자 등받이에다 내리쳐서 등받이 부분이 쪼개지는 불상사가...

지은 죄는 있어서 어느새 몰래 투명테이프로 조각난 의자 등받이를

휘감아 놓았는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빵~!!

하필 내 의자가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태가 되다니...

 

까이꺼 새것으로 새로 사잔다.

그 돈으로 가래떡을  실컷 사 먹고도 남았긋다고 궁시렁거렸더니

이참에 잘 되었다공...

그리하야~ 식탁의자를 새로 구매하게 되었는데

등받이도 낮고 익숙지 않아서 그런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어차피 이리된 거 내색한들 뾰족한 수가 있나.

그냥 적응해야지...

앉은키가 작은 내게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의자에

그렇다고 굽 높은 구두를 신길 수도 없고

어쩔 것인가...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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