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겉절이

얼렁뚱땅 김장

꿈낭구 2022. 11. 24. 19:37

어깨가 아프니 올해 김장은 건너뛰고

김치를 사먹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뚝딱 해치우듯 김장을 끝냈다.

항암배추는 달팽이들과 거세미나방 애벌레 때문에

초기에 한냉사를 씌웠음에도 불구하고 

작황이 기대에 못미쳤다.

그래도 두어 포기는 쌈 싸먹고

벌레들의 집중공략으로 사망(?) 일보직전인 두서너 포기만

그대로 두고 나머지는 뽑아서 김장을 하기로 했다.

항암배추의 특징은 뿌리 부분의 황금색 테두리.

그리고 속이 노랗고 포기가 일반 배추 보다는

작다는 거.

그런데 배추가 엄청 꼬숩고 맛있다.

오전에 씻어서 물기를 뺐더니 요만큼이다.

요것은 경종배추.

배추가 맛있어서 그런지 배추 속에서 잠복한 민달팽이들이

여러 마리가 나와서 배추를 씻다가 뒤로 나자빠질뻔...

어찌나 키가 큰지 이런 배추는 처음 봤다.

속이 알차게 자라야 하는데

얘는 키만 키우느라 속이 부실하게 자란것 같다.

잎이 길다랗게 생겨서 씻는데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내년 봄에 봄동으로 먹으려고 작은 것은 그냥 두고

큰 것만 뽑아서 더욱 유난히 키다리인가?

배추 씻어서 물기를 빼는 동안에

양념을 준비했다.

어제 끓여놓은 육수에 찹쌀죽을 넣고 고춧가루를 넣고

올해는 계획에도 없이 느닷없는 김장을 하게 된 바람에

생새우도 미나리도 없이

그저 집에서 자란 갓과 쪽파와 당근, 무우를 이용했고

임자도 최상추젓인 새우젓과 까나리액젓 약간

매실청, 양파청, 마늘, 생강, 배 갈아넣고

통깨 듬뿍 넣고 고루 섞으니

양념이 남을것 같아서 조금씩 덜어서 하기로 했다.

그 동안에 남푠은 배추 뿌리 부분을 잘라내는 작업을 하고

남푠은 곁에서 함께 거들겠다는데

얼마 되지 않으니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도우미 역할만 해주십사...ㅎㅎ

항암배추가 끝나고 경종배추를 버무리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길어서 양념도 생각 보다 훨씬 많이 들어가고

허리가 뒤틀리고 점점 지쳐가는데

양념이 남기는 커녕 모자라는 불상사가...

일단 조금 작은 김치통에 항암배추를 가득 채우고

우거지 대신 이렇게 위생백으로 덮어두었다.

경종배추가 그럭저럭 김장김치 통으로 한가득이다.

글쎄...어느게 더 맛있을지...

원래는 무우를 도톰납작하게 썰어서 살짝 절여서

함께 양념에 버무려 배추 사이사이에 넣을 생각이었는데

양념이 모자란 관계로 포기.

남은 공간에 결국 저녁 나절에 양념을 다시 만들어서

꾸역꾸역 우겨넣기로.

생각 보다 양이 많아서 먹기 좋게 잘라서 위에 올려두고

항암배추 한 쪽씩 이웃집에 가져다 드리기로.

작은 김치통에 따로 익혀서 먹을 만큼 담아놓으니

올해 김장이 얼렁뚱땅 끝났다.

맛있게 익기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당.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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