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획에도 없던 열무물김치를 엉겁결에 담갔다.
얼마 전에 텃밭의 양파를 뽑아낸 자리에
남푠이 열무를 파종했다고...
어린 열무를 넣고 보리비빔밥을 그렇게나 맛있게 즐기더니만
열무에 푹 빠졌지 뭔가.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이렇게 예쁘던 열무가
날씨가 더워지면서 너무 빨리 자라서 우리 두 식구 먹기엔
감당키 어려울 정도라서 이미 여리여리한 풋내 살풋 나는
연한 열무는 몇 번 못 먹어보고 이렇게 커버렸다.
그런데 불과 얼마만에 열무잎에 구멍이 숭숭~~
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이 소문을 냈던지
그대로 뒀다가는 망사를 만들게 생겨서
요만큼만 남겨두고 죄다 뽑았다.
아침 햇살 피해서 옆마당에서 열무를 손질하는데
어찌나 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이 뜯어 먹었던지
열무잎과 똑같은 초록빛 애벌레들이 큰 것은
거의 손가락 두 마디 정도의 크기라서 기겁을 하며
혼자서 해가 중천으로 떠오르도록 다듬었다.
당근과 비트도 뽑았는데 땅 속에 묻힌거라
알 수 없으니 대충 뽑았더니
당근은 하나 말고는 조무래기들이 뽑혔다.ㅋㅋ
비트는 샐러드에 넣기도 하고
물김치에도 좀 넣어볼까 해서.
오늘 폭염 예보가 있더니만
밖에서 열무를 다듬다 보니 더워서 헉헉...
넘 힘들어서 물김치 담글 분량만 다듬어 놓고
나머지는 그냥 삶아서 무시래기로 만들었다.
그 와중에도 여린 잎은 따로 모아뒀다.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비빔밥에 넣어볼까 하고.
다듬고 씻고 살짝 절여지는 동안
물김치 담글 준비를 하는데
언니들 한테서 전화가 와서 수다를 떨다 보니
오전 한나절이 핑~ 지나갈 뻔.
밀가루로 묽은 죽을 쑤어 마늘, 생강, 양파, 당근, 홍고추와
고춧가루를 넣고 생수에 간 맞춰서 물김치 국물을 자작하게 부어
새콤하게 익으라고 다용도실에 내놓았다.
이제 조만간 국수도 말아 먹어야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