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비오는 날의 데이트

꿈낭구 2023. 8. 29. 20:29

오늘 우리가 본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

오늘은 내과에서 혈액검사를 받는 날이라서

어제 저녁 식사 이후로 물도 마시지 못하고

오늘 아침도 굶고 병원에 갔는데

또 혈관이 안 나와서 씨름하다가 

다행히 손등에서 겨우 성공.

결과는 다음 예약일에 알 수 있겠지...

치과 정기검진도 받아야 하고

영화를 보러 가기 위해 씽씽 달려 갔는데

남푠은 큰 공사가 벌어질듯.ㅠㅠ

뼈 이식을 하고 임플란트를 해얄 것 같다고...

나 역시 엊그제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를 씹다가

소스라치게 이가 시려서 오늘 검진을 받았는데

다음 주에 한 번 더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아무래도 치과 치료로 큰 돈이 들어가게 생겼다.ㅠㅠ

지난번 가계부 정리하면서 그 속에서 나온 만원짜리 구권을

신권으로 바꾸기 위해 은행에 갔더니 한국은행에 가서 바꿔얀다네.

마침 오늘의 목적지와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만 원짜리 구권 10장을 5만원 자리로 쉽게 바꿀 수 있었다.

비가 오기 시작해서 서둘러 다음 일정을 위해 영화의 거리로 이동.

모처럼 비오는 날에 걸어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혈액검사 때문에 아침도 굶었으니

영화 보러 가기 전에 든든히 식사를 해야된다며

한우갈비탕을 주문했다.

아주 오래 전에 울딸랑구 가졌을 때 작은형님께서 이 집에서

갈비탕과 냉면을 사주셨던 기억이......

여태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영업중이라는 게 반가워서

문을 열고 들어섰더니 손님들이 많았다.

전주 디지털 독립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다큐

엔리오 더 마에스트로.

상영관이 아담해서 그런지 몰라도

오늘 비도 오는데 생각 보다 관객이 제법 많았다.

낮시간이라서 대부분 우리 또래 정도의 관객들이다.

기대 이상으로 너무나 좋았다.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영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는 너무나 감동적인 시간이었다.

관객들은 모두들 자리를 쉽사리 뜨지 못하고...

감동으로 몸과 마음이 충만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오늘 우리가 걸었던 이 영화의 거리는

우리 데이트 시절에 자주 걸었던 곳인데

그동안 너무 많이 달라져서 오래간만에 걷다보니 좀 낯설다.

그 시절에는 '극장'이라고 했었지.

영화 보러 들어가기 전에 근처의 땅콩 볶는 가게에서

갓 볶은 따끈따끈한 땅콩을 사들고 들어가곤 했더랬다.

연애시절에도 비 오는 날 우산 쓰고 참 많이 걸었었는데...

추운 겨울에는 튀김골목 근처의 음악다방에서

데이트를 하곤 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우리가 너무 닮아서 오누이 인줄 알았다고...ㅎㅎ

이 구역은 남푠의 어린 시절에 살았던 고향이다.

옛집은 영화의 거리가 생기면서 사라지고

다른 건물들이 들어서있어 아쉽단다.

너무 많이 달라져서 여기 어드메쯤 뭐가 있었고...

하면서 유년시절을 회상하는 모습을 보며

그리울때 마다 꺼내 보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사진을 찍었다.

남푠이 다녔던 초등학교.

강당이 있었던 자리

운동장과 교실들을 추억하며 반가워하는 모습이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흔적이 조금은 남아있었는데

그동안 많이 달라졌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도 생각난단다.

도시 한복판에서 나고 자란 남푠의 유년시절은

시골에서 온갖 재미난 놀이를 하며 자란 나의 유년 시절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전주천 까지 걸어가서 놀고

전주천 건너 복숭아밭에서 서리하던 모험담이 고작이다.

그래서인지 여름방학하면 근교의 시골 친척집에서

놀았던 특별했던 추억을 종종 얘기하곤 했었다.

도심 속에 아직도 이런 골목길이 있다니 신기했다.

유년시절을 회상하기에 딱 좋은

옛 느낌이 조금은 남아있는 정겨운 골목길을

우산을 쓰고 함께 걸었다.

데이트 시절 이곳에서 영화 보고 차도 마시고

저녁 먹고 우리집 까지 이야기 하며 함께 걸어가곤 했었는데...

고사동에서 덕진동까지 상당한 거리였는데도

그 시절엔 다리 아픈 줄도 몰랐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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