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개·국

매생이국

꿈낭구 2012. 1. 10. 11:07

 

 

 시원헌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으신가여?ㅎㅎ

요즘 지가 고만 좀이 쑤셔서 젼딜 수 있어야쥬.

바다가 그리워서 요런 갯것만 봐두

속절없이 가심이 울렁거릴 지경이니

이거 단단히 병이 든게 틀림읎구먼요.

이 매생이굴국을 한 사발 들이켜서

그 울렁증을 가라앉혀보까 싶어서리

장바구니에 담아서 잰걸음으로 오자마자 끓였구먼요.

재료 : 매생이 1봉지, 굴 약간, 파,마늘

 

 

작년 요맘때 가족모임이 있어서 분당에 갔다가

말로만 듣던 매생이라는걸 첨 만나게 되얏다는거 아뉴.

파래보다 더 가늘고 바다내음이 물씬 풍겨나는 매생이에

울딸랑구도 반짝이는 호기심으로 덤비게 됐었답니다.

요걸 깨끗이 씻어서 소쿠리에 건져놓고

이번 주말이면 만나게 될 가족들 생각에

무장무장~ 가심이 부풀어서 콧노래꺼정 부릅니당.

 

 

자그마한 냄비안에 매생이를 넣고보니

냄비안에 싱그런 바다가 가득헙니다요.

 

 

굴을 넣고 한소큼 끓이다가

위로 떠오르는 거품을 걷어내야쥬.

팔팔 끓여도 시치미를 떼고 있는디

요거 소금간을 하고 마늘을 넣어 간을 보려다가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쓰요.

 친구가 저를 보고 '뜨겁고 짐 안 나는 사람'이래쟈뉴?

울언니헌티 그 야그를 혔등만

어쩜 그렇게 정확헌 표현을 헌다냐고

'야! 그말 맞어.너 진짜 뜨겁고 짐 안 나는 사람이다잉?'

증말 그런가 허고 울신랑헌티 물었등만

허허...웃으며 약간 그런 경향이 없잖아 있대나요?

'약간'이라는 말에 방점을 찍고는 접수를 혔구만요.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의미를 저울질 하며

다른이들이 보는 '나'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았드랬쥬.

글쎄올씨당... 부르르 화를 내는 일이 없이

지 마음속 나만의 촘촘헌 필터를 한 번 거쳐 나오는 경향탓일까여?

아님 솔직담백하지 못하다는 의미일까요?

 

 

매생이굴국을 끓이다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이걸 먹으면서 바다타령을 하려던 울렁증이

슬그머니 가라앉아뿐졌구만요.ㅋ

 

 

이 매생이국은 보기와는 달리

웜청 뜨거워서 입천장을 데기 십상이라지요?

ㅎㅎㅎ 멋모르고 먹었다간 입천장이 홀라당~! ㅎㅎㅎ

그랴서...예부터 반갑지 않은 손님,

이를테면 손버릇 나쁜 사위가 찾아오면

장모가 요것을 끓여줬다는 재미난 야그가 있더라쥬?

ㅎㅎㅎ 이 야그 땜시로 괜시리 불편한 오해가 빚어질 수도 있겠어요.

글고봉게...울엄만 한 번도 매생이국을 끓여주신적이 없었네요.ㅎㅎ

울딸랑구는 매생이국이 원래 이런가부다...허고서

굴을 넣고 끓였음에도 불구허고 매생이국은 군소리 없이 먹는답니다.

물론 딸아이 국그릇에는 굴은 빼고 감쪽같이 이렇게 담아주지요.

ㅎㅎㅎ매생이국이란 원래 이런거라고 각인이 쎄게 돼있나봅니다.

매생이국은 그릇째 들고 후루룩 마시는게 어울린대두

딸랑구는 요걸 젓가락으로 돌돌 말아서 건져 먹음서

바다의 머리카락 같대나요?

암튼 매생이국 한 그릇을 두고

남푠과 딸랑구와 저의 생각들이 저마다 다르군요.

님들은 워떠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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