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살이 아름답다.
주방에서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다용도실의 창을 통해 오렌지 빛 햇살이 깊숙하게 들어온다.
아파트에서의 저녁노을과는 결이 다른
아늑하면서도 황홀한 빛깔이 너무나 좋다.
해가 점점 기울면서 그려내는 빛과 그림자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저녁 준비하면서도 황홀한 광경에 감사가 절로 나온다.
저녁 준비가 다 될 즈음이면
이렇게 둥그런 저녁해가
저 멀리 솔숲 너머로 넘어간다.
남푠이 구운 깨찰빵에
깔끔하고 맛있는 토마토즙은 얼마나 맛있는지 모른다.
뒷뜰 대추나무에서 익은 대추를 따왔단다.
근데...왕대추 답게 크고 실하다.
달디단 대추 한 웅큼에 즐겁고 신난 가을이다.
빨간코 새끼 고양이가 태어나서 처음 접하는
사마귀의 모습에 몰두한 모습이 귀엽다.
호기심 가득한 눈길로 한참을 살피더니
겁 먹고 도망가는 사마귀를 발로 살살 건드려 본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
드댜 용기를 냈나 사마귀를 입에 물었다.
몸부림 치는 사마귀의 반항에 놀란듯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줄행랑 치는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 본다.
그제서야 고양이 본래의 사냥본능이 작동했는지
다시 가만히 다가가 앞발로 움켜쥐고
입에 물었다.
그냥 집어 삼키기엔 아직 호기심이 많은듯
다시 슬그머니 내려놓고 탐색하더니
슬슬 건드려도 보고 데리고 노는 느낌?
두유를 먹으려고 거실 창가에 앉은 사이에
택배가 왔다며 남푠이 밖으로 나가더니
엊그제 꽃나들이 갔다가 잃어버린 우양산 때문에
속상해 하는 모습을 보고
남푠이 똑같은 우양산을 주문했다며
이렇게 짠~!!
한글날 모처럼 동무네와 구절초 축제에 갔는데
구절초가 아직 덜 피어 좀 아쉬웠다.
구절초 동산을 올라
우리가 잠시 솔숲의 그늘 아래 밴치에서 땀을 식히며
대추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깜빡 잊고우양산을 놓고 온 것을
산을 내려오며 강렬한 햇볕을 보면서야 알게 되었었다.
부리나케 우리가 앉았던 밴치로 바로 가봤으나
힝~! 없었다.
이미 누군가가 가져간 후였다.
큰 맘 먹고 백화점에서 구매했던 것이었고
아직 사랑땜도 다 못한 것이라서
몹시 안타까워 했더니 남폰이 똑같은 제품으로 주문을 했단다.
개봉을 하니 어쩜~!
똑같은 제품이었다.
잃어버린 우양산 안쪽 가운데 부분에 작은 글씨로
전화번호를 적어뒀었는데......
하긴...그걸 보고 주인에게 전해줄 사람이라면
가져가지도 않았을거라며
집으로 돌아와 행여나 연락이 오려나 기다리는 내게
미련을 버리라며 이 우양산을 내민다.
남푠이 사준 것이니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오래오래 고마운 마음으로 잘 사용하리라 마음 먹으며
훌훌 털어버리기로 했다.
작은 청개구리 한 마리가
내 마음을 살피듯 창밖에서 움직이고 있다.
ㅎㅎ청개굴아!
너 내것 탐내지 말그라잉?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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