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2월 8일
-16℃의 한파가 몰아치며 연일 폭설이 내리다 보니
요즘 매일 눈을 치우는 일이 너무 힘에 겹다.
눈에 갇힌 느낌이랄까?
2층 데크의 눈은 치울 엄두도 못내고
겨우 한 사람 오갈 수 있는 통로만 제설작업을 하며 지냈다.
쓸어낸 산더미 같은 눈은
녹을 기미가 안 보이는데
또 눈이 내리니 이젠 제설작업도 의미가 없지만
그래도 다용도실 저장고까지 눈에 파묻히면 곤란하니
수시로 쓸어내는 수밖에...
비닐하우스 속에 갇힌 채소들이 궁금하기도 하지만
이 산 같은 눈더미에 손을 쓸 수가 없으니...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눈폭탄에
지겨운 날들.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인지라
외출은 꿈도 못꾸고 칩거중이다.
앞마당의 눈을 쓸어내기도 지쳐서
대충 이렇게 눈사람을 만들었다.
한낮의 햇볕에 태양열 판넬에서 녹아내린 눈이
홈통을 통해 아래로 내려오는데
눈을 치우지 않으니 홈통까지 얼음창고가 된 상황이라
중무장을 하고 나가서
홈통에서 내려온 눈 녹은 물이
잘 빠져 나오도록 작은 물길을 만들어야 했다.
눈을 뭉치는 것도 여간 힘든 게 아니라서
놀이 삼아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을 잔뜩 뒤집어 쓰고 있던 정원의 나무들도
숨통을 트게 해주고 싶은 안타까움으로
오후 나절 혼자서 열심히 열심히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사람의 이목구비를 만들어 줄
자연물이 눈에 파묻혀있는 상태라서
겨우 허리가 굽힌 남천의 눈을 털어 일으켜 세우고
잎을 따서 눈사람에 장식을 했다.
눈사람 앞쪽으로 눈 녹은 물이 흘러내릴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고
경계석 뒤 눈에 파묻혔던 정원수의 눈도 털어주었다.
정원의 나무들 허리를 생각하다가
내 허리가 망가지게 생겨서
이쯤으로 눈사람을 꾸며주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하루 지나면 녹아서 작아지리라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나가보니 그대로 있다.
나무 끝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들도 그대로......
그런데 또 눈예보가 있다.
폭설에 갇힌 2월의 일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