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별미밥

우여곡절 단팥죽

꿈낭구 2012. 1. 31. 12:05

 

 

울집 부녀의 올 겨울 주문사항중 하나였던 단팥죽.

이제 방학특근도 얼추 막바지에 접어들었응게

인자 이것으로 마감을 헐라그류.

아직 요상시런거 한 가지 노래부르는게 있긴 헙니다만ㅎㅎ

식재료로는 도대체 흥미가 없어서 도전해보고 싶은 맴이 당최 들지 않아서

글쎄...학년말에나?

아님... 봄철 입맛 없을적에나 고려를 해 보긋다고 선언을 했쓰요.

 

오늘의 단팥죽재료가 되것씀다 : 찹쌀가루 3C, 팥앙금 2C, 녹말가루1t,찐밤3개,

계피가루,잣,땅콩,설탕

 

 

지난 가을에 울큰성 우리집 왔을적에

김치랑 반찬 만들어서 들려보냈던 빈그릇에

찹쌀과 현미찹쌀을 그릇마다 가득 담아서 보냈네여.

ㅎㅎㅎ 이럴줄 알었드람 더 큰 그릇에 담아 보낼것인디...

울집 최고로 큰 통이 있었고마는...낄낄~!

요즘 그랴서 날마다 찹쌀현미밥을 줄기차게 먹고있지요.

오늘은 현미찹쌀에 찹쌀을 조금 섞어서 찹쌀부침개도 만들고

단팥죽도 만들어 볼 요량입니다.

충분히 불렸다가 소쿠리에 건져두었어요.

 

 

기왕 하는거 좀 더 해서 현미찹쌀떡을 할걸 그랬다 싶네요.

아침식사 대용으로 고물 안 묻힌 현미찹쌀떡이 구수허니 맛있더라구여.

구수헌 현미의 향을 즐기는 울딸랑구의 주문사항이기도 한데

울신랑의 단팥죽 노래를 외면할 수 없어서

걍 방앗간으로 가져가서 이렇게 빻아왔어요.

떡방앗간 가는길에 만난 큰집조카가 왠 보따리냐고...

'숙모! 왠 때아닌 단팥죽이우.아이고...그렁게 솜씨 좋으믄 고달픈규!'

가만 생각혀봉게로 시내 분위기도 좋고 맞춤헌 단팥죽집이 있다던디...

이게 왠 수선이람~ 그런 생각이 들더란 말여라.

떡으로 찌는것은 4kg에 삯이 25,000원이라니

넘 비싸기도 하고 냉동실에 여유공간도 없으니 미련없이 ...

그란디 8kg에는 40,000원이다요.

ㅎㅎㅎ 회원모집을 또 혀부와??

네 명이서 허믄 싸고도 좋쟈녀유?

또 슬며시 알뜰주부근성에 발동이 걸립니당.ㅋㅋ

 

 

나중에 찹쌀로 빵도 만들어볼 요량으로 1kg씩 나누어서

종이상자에 위생팩을 넣어 쌀가루를 담았어요.

 

 

요렇게 야무지게 묶어서 냉동실에 보관하려구요.

이렇게 상자를 이용하면 냉동실 자리도 덜 차지하고

가지런히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아요.

상자에 명찰까지 달아주었어요.

 

 

요거는 부침개를 만들려구요.

이렇게 찹쌀가루를 준비해두면 음식 만들적에도

아주 요긴하게 쓸 수 있어요.

 

 

 묵은팥으로 팥앙금을 미리 만들어 두었는데

 묵은팥이라서 얼렁얼렁 처분(?)을 허고 지난번 우포늪 갔을적에 사온

그렇게도 맛있다는 이팥이라는걸 먹어보려구요.

 

 

 현미찹쌀때문에 새알심이 알록달록 하지요?

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익반죽을 해서

새알심을 만들려니 울신랑 뭣에 정신이 팔렸는지

동참의사를 보이지 않아 혼자서 만들다보니 슬며시 약이 오를라구...

'쳇! 이런걸 꼭 말을 혀야허남?  떡이나 쪄버릴걸 그랬넹...'

편찮은 심기가 그대로 나타났나요?ㅎㅎ

크고 작고 지멋대루네여. 단팥죽 새알로는 옹심이가 점점 크기도 커지공...

사람 맴이란게 참 이렇게 간사시럽당게라.

흔쾌히 도와줄적에는 그렇게 고맙다가도

혼자 이걸 붙들고 있는데 모른척허니 야속헌 맴이 자꾸 끈적끈적 달라붙어요잉.

허지만...이런일은 마주앉아 오신도신 야그랑 험서 맹글어얀거 아뉴?

혼자 오두마니 앉어 만드는건 워찌 청승맞고 슬퍼질라고...

허지만 이걸 만들면서 마음 다스리는 공부를 시키는

울아부지의 뜻임을 금세 깨달았구먼요.

 

 

 동짓날부터 부르짖던 단팥죽을 드댜 끓이게 되었어요.

물을 적당량 붓고 팥앙금을 조금 덜어서 풀고는 팔팔 끓기 시작할적에

만들어둔 새알심을 넣어 끓이다가

새알심이 동동 떠오르면 그때 나머지 팥앙금을 넣어 농도를 맞춰야해요.

 

 

 새알심이 익어갈 무렵에 남겨둔 팥앙금을 넣어 잘 풀어줍니다.

처음부터 다 넣어 끓이면 계속 저어줘야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저는 이 방법으로 끓인답니다.

녹말가루와 물을 동량으로 하여 풀어준다음

끓고있는 팥죽에 농도를 보아가며 넣어줍니다.

 

 

 걸죽허니 농도도 알맞고 새알심이 하나 둘씩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단팥죽이니만큼 설탕을 넉넉하게 넣어줘야겠쥬?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그릇에 담고 쪄놓은 밤을 넣고 잣도 넣고

계피가루도 솔솔 뿌려주었어요.

'여보시쇼~! 죽타령 허시등만 얼렁 드셔라잉!'

 

 

 울신랑은 중요헌 땅콩이 빠졌담서 굳이 넣어야겠다네요.

새알도 너무 크다고 흉을 봅니당. 쳇!!

겨우 다스린 마음을 또 살짝 펄럭이게 허지만

이깟걸루 마음이 흔들려서야 간장종지지라.

 

 

'아니 이냥반이 오늘 왜이러신뎌...' 

의리없이 이 팥죽그릇을 들고  취미활동을 하러 자리를 옮기려하기에

당최 안 허던 매너없는 행동에 못참고 눈을 크게 흘겼더니

슬그머니 품고있던 죽그릇을 내려 놓으며 마지못해 마주앉아 먹으면서도

생각은 딴데 있는것 같은규.

노트북하고 묶어서 어디로 보낼거라고 협박을 혔드랬쥬.ㅋㅋ

이 눈치읎는 냥반 그제서야 사태를 수습허느라

난 싫대두 굳이 땅콩을 넣는거라며 이렇게 자기 맘대루...

 

 

아닌게 아니라 땅콩이 들어가니 맛이 훨씬 좋아졌어요.

좀더 얌전스레 다져서 넣음 좋겠지요?

더 맛있지 않으냐며 몇번이나 묻고 또 묻고...

핑~허니 토라진 마음이 꼬쉬헌 땅콩맛에

고만 스르르~ 녹아뿐졌쓰용.

아고...이 단팥죽 한 그릇에 네 차례나 시험에 빠질뻔 혔쓰요.

가만 생각해보니 넘 유치해서 웃음이 났어요.

얼마나 '나'중심이었는지...

상대에 대한 배려를 잠시 잊고있었던게유.

그걸 일깨워주시느라 울아부지께서

울신랑을 도구로 사용허신게 아니긋쓔?

'우리를 시험에 들게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무디어진 영성을 깨닫게 해준 단팥죽이랍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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