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별미밥

옆구리 터진 김밥

꿈낭구 2012. 4. 20. 15:33

 

 

지난주말 아침 늘 즐겨보는 TV프로그램에서

전남 선암사가 나오는데

한참을 빠져서 TV속으로 들어갈 지경이라며

웃고 놀렸는데

끝나자마자 갑자기 선암사에 가자네여.

아니...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떻게 느닷없이 먼길을 뜰 수 있느냐고 혔등만

 

 

30분 안에 우리의 점심과 딸아이의 저녁용으로

김밥을 만들면 되지 않겠느냐네여.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글고 봉게로 김밥을 만지가 언제였나 까마득허네요.

부리나케 쌀을 씻어서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혔구먼요.

어제 안방의 TV를 고물장수에게 들려보내면서

함께 처분할까 했던 일반 전기밥솥이 눈에 들어온것여라.

마침 압력밥솥에 밥이 어중간히 남아서

새로 밥을 하려니 귀찮기도 해서

김밥은 압력밥솥 보담은 일반솥에 해야

좋을거라는 생각도 들어 거기다 밥을 지었구먼요.

 

 

그란디...불리지도 않은 쌀 인데다가

밥이 힘이 없이 버슬버슬혀서 당최 맘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등만

오로지 길을 뜨고자헌 울신랑이

자기헌티 맡기라능규.

자기가 김밥을 쌀팅게로

어여 분단장허고 길 뜰 채비나 갖추라믄서...

살다봉게로 이런날도 다 있구만이라.

ㅎㅎㅎ신랑이 말아주는 김밥도 다 먹게 생겼쓰요.

참지름을 넉넉히 둘러주고 소금을 넣어주고

 

 

당근을 볶아서 준비해 놓고...

 

 

달걀 지단도 부쳐놓고...

워찌나 서둘러쌌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구먼요.

숫제...시금치허고 쪼글이 단무지만 넣고 만들믄 되잖긋냠서...

 

 

김은 지난번 체험단에 당첨되야서 받은 무산김을 이용하기로 허고

베란다에서 가져다 달랬등만

조미되어 구워진걸 들고 왔지 뭐여요?ㅋㅋ

바삭해서 김밥을 말기에는 좀 마땅치 않을낀디...

궁시렁거렸등만 무조건 괜찮담서 자기헌티 맡기랍니다.

마침 아침에 무쳐둔 시금치나물도 있긋다

이정도 준비해줬응게로 다음부터는 알아서 혀보시라공...

 

 

아무래도 미심쩍은 마음이 듭디다.

그래도 처음 한 번은 시범을 보여얄것 같기에

이렇게 김발 위에 김을 올리고 밥을 펴고

차례로 속재료를 올려주고 돌돌 말면 된다고 설명을 했더니만

 

 

삘을 받아서리...치즈김밥도 싸긋당만유.

 

 

그 사이에 10분짜리 번개화장을 허믄서도

내내 조용헌 주방 형편이 궁금시렀구마는...

 

 

밥에 찰기가 없어 퍼슬거리는 밥이라서

꽉꽉 말아도 시원찮은 판국에

설렁설렁 대충 둘둘 감았던지

난장판이 된 현장을 목격허고선 웃지 않을 수 없더란 말여라.

이 사진을 보시고 아시겠지만

너무 웃느라 사진이 죄다 흔들렸쓰용.ㅋㅋㅋ

 

 

김밥을 써는 요령도 알 리 없는 울신랑이

이지경으로 맹글어 놓았으니

이거 개밥도 아니고...이런걸 우찌 김밥이라고 들고 나간단 말여라.

 

 

썰면서 실패작은 집어 드셨나

입 가장자리며 손에는 왼통 밥알이 주렁주렁허고

도마 위는 널브러진 옆구리 터진 김밥들이

대책없이 요로코롬...ㅋㅋㅋ

자기도 웃음이 나는지 젓가락으로는 집어 들 수 없게

풀어져서 쏟아져버리는 밥알을 삽으로 퍼 담듯

수저에 퍼 담어서 먹어야 헐 판인디

배꼽잡고 웃었쓰요.

결국...둘이서 도마 앞에서서

이 아수라장 난장판을 수습허기 위해

손으로 허겁지겁 줏어 먹었당게라.

저 말고 이런 별미밥을 잡솨본 사람 있음 손 들어 보시랑게요?

 

 

그나마 엥간헌넘으로만 추려서 락엔락에 딸랑구 저녁으로

이렇게 담아놓고 우리는 짜투리 까지 아예 집에서

점심을 해결을 하고 출발을 허게 되얏다는거 아뉴?

둘이서 어찌나 웃었는지 배꼽 찾느라 혼났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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