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내가 만난 모습들

꿈낭구 2010. 11. 13. 13:48

요즘 운동삼아 집에서 학원까지 약20분 거리인데

차 대신 씩씩헌 두 다리로 천변을 걷기로 했읍죠.

왕복 40분이면 그런대로 부족하나마 하루 운동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죵.

이른 아침시간이라서인지 재미난 광경을 자주 목도합니다.

어제 가면서 만난 한 할아버지.

어쩜 그리도 그 연세에 목청이 우렁우렁 허신지...

자장구를 타고 판소리 한 대목을 신명나게 풀어놓으시며

휘익~지나십니다.

구성진 노랫가락에 절로 흥이 납니다.

 

그다음에 만난 옷차림부터 예사롭지 않은 중년의 아짐니.

보통은 손을 요란스레 흔들며 걸어도

앞뒤로 열심히 흔드는 사람들은 봤어도

아니~두 팔을 겨드랑이쪽에 딱 붙이고는

안에서 바깥쪽을 향해 흔들며 마주 걸어오는데

터져나오는 웃음을 누르느라 애먹었씨요.

한번 해 보시라니깐요.

과연 워떤 폼새가 나오는지를...ㅎㅎㅎㅎ

 

그 다음 내 뒤에서 휘리릭~지나치시는

늙수그레헌 할아버지.

앙증맞은 바구니가 매달린 핑크색 자장구를 타고

내 앞으로 지나가시는데 후후후...

워낙 풍성허신(?)스따이루라서

엉덩이가 정위치를 반 이상이나 이탈을 허셨는디

흡사 어른이 아이들의 세발자장구를 타고

열심히 구르며 지나가시는것 맹키로...ㅎㅎㅎ

아마 늦잠자는 손녀나

막내 메누리의 것을 잠시 타고 나오신게 아닐까 싶더이다.

 

저요?

물론 저 역쉬 한 스따이루 허지 않었으까헌디...

다 늦게 새로 배우는 ITQ자격증 도전에

맘만 앞서지 하나 외우면 둘 잊어뿐지는디

공부허러 가는 길이닝게

머리에 지름칠이라도 혀야 잘 돌아갈까 싶어서

통문장 영어를 중얼중얼~~

누가보믄 저 아짐은 혼자 뭣이라고 중얼중얼 군시렁거리능겨...

그러지 않았을까요? ㅎㅎㅎㅎ

 

돌아오는 길에는 햇살도 눈부시고

바람도 싱그럽고

비록 과제는 한가득 짊어지고 오지만

발걸음은 가비얍게 콧노래꺼정 불러가며

positive energy 발전기를 돌리는디...

워매~저건 또 뭣이뎌?

청둥오리들이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나왔는디

너무 귀여운 새끼들에게 맘을 빼앗기고

한동안 구다보고...

 

강변에서 무엇인가를 씻고 계신 노부부의 모습이

어릴적 빨래터를 연상케헌디

한 폭의 그림 같더이다.

서걱대는 억새들의 군무도 장관이고 말이죵.

바람의 지휘에 맞춘 자연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흠뻑 빠져서 집에 도착허니 고만 시간이 한나절이나 지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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