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운동삼아 집에서 학원까지 약20분 거리인데
차 대신 씩씩헌 두 다리로 천변을 걷기로 했읍죠.
왕복 40분이면 그런대로 부족하나마 하루 운동량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죵.
이른 아침시간이라서인지 재미난 광경을 자주 목도합니다.
어제 가면서 만난 한 할아버지.
어쩜 그리도 그 연세에 목청이 우렁우렁 허신지...
자장구를 타고 판소리 한 대목을 신명나게 풀어놓으시며
휘익~지나십니다.
구성진 노랫가락에 절로 흥이 납니다.
그다음에 만난 옷차림부터 예사롭지 않은 중년의 아짐니.
보통은 손을 요란스레 흔들며 걸어도
앞뒤로 열심히 흔드는 사람들은 봤어도
아니~두 팔을 겨드랑이쪽에 딱 붙이고는
안에서 바깥쪽을 향해 흔들며 마주 걸어오는데
터져나오는 웃음을 누르느라 애먹었씨요.
한번 해 보시라니깐요.
과연 워떤 폼새가 나오는지를...ㅎㅎㅎㅎ
그 다음 내 뒤에서 휘리릭~지나치시는
늙수그레헌 할아버지.
앙증맞은 바구니가 매달린 핑크색 자장구를 타고
내 앞으로 지나가시는데 후후후...
워낙 풍성허신(?)스따이루라서
엉덩이가 정위치를 반 이상이나 이탈을 허셨는디
흡사 어른이 아이들의 세발자장구를 타고
열심히 구르며 지나가시는것 맹키로...ㅎㅎㅎ
아마 늦잠자는 손녀나
막내 메누리의 것을 잠시 타고 나오신게 아닐까 싶더이다.
저요?
물론 저 역쉬 한 스따이루 허지 않었으까헌디...
다 늦게 새로 배우는 ITQ자격증 도전에
맘만 앞서지 하나 외우면 둘 잊어뿐지는디
공부허러 가는 길이닝게
머리에 지름칠이라도 혀야 잘 돌아갈까 싶어서
통문장 영어를 중얼중얼~~
누가보믄 저 아짐은 혼자 뭣이라고 중얼중얼 군시렁거리능겨...
그러지 않았을까요? ㅎㅎㅎㅎ
돌아오는 길에는 햇살도 눈부시고
바람도 싱그럽고
비록 과제는 한가득 짊어지고 오지만
발걸음은 가비얍게 콧노래꺼정 불러가며
positive energy 발전기를 돌리는디...
워매~저건 또 뭣이뎌?
청둥오리들이 가족단위로 나들이를 나왔는디
너무 귀여운 새끼들에게 맘을 빼앗기고
한동안 구다보고...
강변에서 무엇인가를 씻고 계신 노부부의 모습이
어릴적 빨래터를 연상케헌디
한 폭의 그림 같더이다.
서걱대는 억새들의 군무도 장관이고 말이죵.
바람의 지휘에 맞춘 자연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흠뻑 빠져서 집에 도착허니 고만 시간이 한나절이나 지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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