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자랑

과일도시락

꿈낭구 2012. 5. 12. 11:19

 

 

100% 우리쌀로 만든 발효떡을 뜨끈뜨끈하게 쪄서 담았어요.

아이 학급에는 '사랑의 냉장고'라는 이름의 사물함이 있다네요.

누구든 자유롭게 넣어두기도 하고

꺼내 먹을 수도 있는 마음이 흐믓해지는 공간인가 봅니다.

가끔 선생님께서도 넣어 주시기도 한답니다.

어느때부턴가 아이들이 먹거리들을 넣기 시작했는데

한창때인 아이들인지라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플 나이답게

불티나게 사라진다지요? ㅎㅎ

어제 등교하며 싫다는걸 우겨 가까스로 들려 보냈었는데

대박이었대잖우?ㅋㅋ

아이는 요즘 아이들은 과자를 좋아하지 누가 떡을 먹겠느냐며

이런 발효떡은 호·불호가 나뉠것 같은데

친구들이 거들떠보지 않음 아깝잖느냐며

한사코 고개를 도리도리 했었거덩요.

떡도 아니고 그렇다고 빵도 아닌것 같다는 이 떡이

얼마나 보드랍고 맛있는지

2~3교시 끝날즈음이면 아마 인기있을거라고

우겨서 들려보냈더니만

1상자가 상당한 분량인데 2교시 끝나고 하나 먹어볼까 혔등만

흔적도 없이 바닥이 났더라지요?

친구들이 맛있게 먹으니 뒤늦게서야 먹어보긋다공

집에 남은거 없느냐고 뒷북을 치더라구여.ㅎㅎ

 

오늘 한국사 시험을 보러간다기에

시험장소까지 상당한 거리라서 아빠차로 태워다주겠다고 혔등만

다섯 명의 친구들이 함께 가기로 했다고...

태워다주고 시험보는 사이에 근처 산을 함께 오를까 했더니만...

그래서 저는 집에 남았어요.

 

시험 끝나고 배고플 아이들 생각에

냉장고에 있는걸 다 털어서 이렇게 쪄서 담았어요.

맛있게 먹겠지요?

 

 

급하게 챙겨보내려니 예쁘게 썰고 자시고 헐 틈이 없어서리

피크닉도시락에 집에 있는 과일들을 급하게 썰어서 담았어요.

마침 싱싱한 오렌지랑 참외가 있어서

가득 담고서 여닫는 법을 숙지시키려는데

건성으로 대답만허는 울신랑...

예전에 여기에 온갖 정성 다 기울여서 도시락을 준비해서

전에 다니던 교회 목사님 체육대회에 응원하러 가지고 갔다가

차에서 꺼내는 순간 제대로 잠금장치를 확인못한 바람에

좌르르~~쏟아져 방울토마토랑 포도가

내리막길로 데구르르~~앞다투며 달려 내려가고 말았는데

아침내 공들여 마련한 도시락을

꺼낼 수도 없었던 그야말로 황당했던 적이 있어서리

단단히 당부를 했는데

과연 잘 챙겨 먹일 수 있을려나...

 

엄마의 마음을 이렇게 담아 들려보냈는데

시험끝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얼마나 수다를 떨며 맛있게 먹을까 생각하니

빙그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이들 데려다주고 근처의 산에 혼자 오른 남푠헌티서

문자가 날아왔네여.

아카시아 향기가 끝내주는 정상에서

이제 하산중이라고...

혼자 남은 저는

오늘 시험을 본 아이들 모두가

부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아카시아 꽃 한 송이 꺾어들고 오면 좋으련만요.

아이들은 이 향긋한 아카시아꽃이 피는것도 모를텐데 말입니다.

 

잠시후...

집에 돌아온 남푠의 손에 순백의 아카시아꽃이 들려있었어요.

ㅎㅎ 이심전심이로군요.

요것은 아이들을 위한것이었고요...

 

 

요것은 저를 위한것이라며

수줍은 소년처럼 상기된 모습으로

향기로운 아카시아꽃을 내어밉니다.

어찌나 향기롭고 어여쁜지...

오월의 신부를 연상케하는 꽃다발 같지요?

오월에 이렇게 멋진 꽃다발을 받아보는 호사를 누리다니요...

온 산이 아카시아꽃으로 뒤덮여 있더라네여.

그 황홀한 광경을 놓친게 여간 아쉬운게 아닙네당.

어여 서두르세여.

향기를 좇아 가시다보믄 만나게 될터이니...

'아이자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새 이렇게 세월이 흘렀구나.  (0) 2012.12.04
깜찍한 수능선물들  (0) 2012.11.13
옷타령  (0) 2012.03.13
울딸 클쑤마쑤 선물  (0) 2011.12.25
딸랑구의 선물  (0) 201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