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끈끈헌 울집 부녀를 위해 후다닥 약식을 만들었네여.
연휴 동안 집에 내려와 함께 시간을 보냈음에도
잠시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
오늘 서울로 가야허는 딸랑구와 쑥덕쑥덕 허더니만
낼 서울에 출장인 울신랑허고
같이 올간만에 고속버스를 타고 낼 새벽에 함께 서울에 올라간대잖우?
서울 도착허믄 출근 시간이라 많이 복잡헐테지만도
소풍가는 아그덜 맹키로 들뜬 모습입니당.
김밥과 약식을 골르랬등만 약식을 싸달라네여.
그랴서 이 야심헌 시간에 후다닥 약식을 만들게 되얏구만요.
재료 : 찹쌀4C,흑설탕3/2C,소금1T,코코아가루4T,계핏가루2/1T,참기름4T
밤12개, 대추12개, 잣2T,건포도2T
두어 시간 전에 불려두었던 찹쌀을 찜기에 김이 오르기 시작헐때
삼베보자기를 깔고 찌기 시작혔는디
이상스럽게도 이 찜용 냄비는 찜보를 깔고 찌믄
김이 잘 안 오르더라구요.
생기기는 그럴싸허니 근사허게 생겼는디
찜기로서의 구실을 지대루 못허니 앞으로는 차라리 삼발이를 놓고 쪄얄랑게뵤.
김이 한참이나 오르도록 쪘는디도 찹쌀이 아직 절반쯤은 익지않았네여.
그랴서 나중에는 찜냄비 아래에 끓는 물을 넉넉히 보충해주고
찜용 베보자기를 가만히 잡어땡겨서 빼뿐졌드니
그제서야 김이 슝슝 잘 올라 고슬고슬헌 찰밥이 쪄졌쓰요.
그 사이에 흑설탕과 코코아가루, 계핏가루, 소금, 참기름을 넣고
잘 섞이도록 물을 약간 섞어 약불에 살살 저어가믄서
설탕이 녹을 정도로만...
약식에 캬라멜소스 대신 저는 코코아가루를 넣는답니다.
간장은 짜기도 허고 냄새도 그렇고 해서뤼...
함 해보세여. 아주 그럴싸허당게여.
잘 쪄진 찹쌀고두밥을 넓은 볼에 쏟아놓고
위의 녹인 소스를 뜨거울때 고루 섞은다음
에구구...뭣이 서운허다 혔등만...은행을 잊어뿐졌넹.
냉동실에 은행이 있지만 걍 생략허기로 혔구먼요.ㅋㅋ
건포도도 넣고 잣을 넣고
다시 한 번 김 오른 찜기에 촉촉허게 쪄서
아주 쬐끄만 공기에 랩을 씌워 바닥여다가
대추말이와 잣을 먼저 올린 다음 쪄놓은 약밥을 꾹꾹 눌러담고
랩을 감싸서 뒤집으면
이와같은 모양이 나옵니다.
이렇게 만들어서 냉동실에 보관혔다가
생각날때 하나씩 꺼내서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음 좋답니다.
밖에서 먹을때도 이렇게 랩에 포장을 허믄
들고 먹기에도 아주 좋지요.
딸랑구가 오며가며 맛있다고 자꾸만 손이 간다기에
싸서 보내려고 요렇게 담아두고
내일 휴게소에서 뜨끈헌 어묵허고 맛나게 먹음 좋을것 같아서
요렇게 챙겨두었쓰요.
아침 이른 시간에는 휴게소에 마땅히 먹을만헌게 읎더라구여.
이 좋아허는 귤도 넉넉허니 넣어주려구요.
딸랑구가 워찌나 귤을 좋아허는지 연휴기간동안 벌써 세 번이나 귤을 샀답니다.
가기 전에 실컷 먹고 가라고 또 사왔쓰요.ㅎㅎ
과일을 유난히 좋아허는 아이가
하숙집에서는 집에서 처럼 과일을 아무래도 못먹는것 같아서요.
용돈으로 과일을 사먹기가 쉽지 않대나요?ㅎㅎ
사실...집에서 처럼 먹기엔 감당키 쉽진 않을테니까요.
유럽에서 두 학기 공부허던 시절에는
맛있는 과일들을 주구장창 실컷 먹을 수 있게 값이 싸서 좋았는디
여기선 너무 비싸다고 맘껏 못사먹긋대여.
혼자라서 조금씩 사다 먹으니 더 비쌀 밖에요.
ㅎㅎ 그랴서 아이가 도착헐 즈음에 배송되도록 맛있는 사과를 한 상자 주문해뒀당게여.
코름 발름거림서 눈을 감고 그 향기와 맛을 즐길 모습을 상상허니 재밌구만요.
결혼 전에 울신랑이 늘상 허던 야그가 있었지요.
자기는 온 방에 과일을 쫘악 깔아놓고 살거라던 남푠을 닮었네뵤.
암튼 과일대장 부녀가 출동을 헌단디 요거 죄다 싸서 들려보낼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