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다시 만난 고양이

꿈낭구 2020. 7. 12. 05:02

참나~!

어처구니가 없어라.

며칠전 식탁에서 식사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던 중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어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책에서 나온 

잼난 야그를 허게 되얏는디

남푠은 이 책을 읽지않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어보라고 권했다가

남푠이 이 책을 서재 정리하믄서 내버린 사실을 알게 되얏다.

아니...나와 울딸랑구가 잼나게 읽은 책이었는데

왜 그걸 내게 묻지도 않고 맘대루 버렸냐고 했더니

책이 누렇게 변색도 돼있었고

이미 읽은 책인데다 가뜩이나 책을 줄여야하는 상황인지라

과감히 정리를 하던중에 그것도 포함시켰단다.

대청소를 하던 지난 늦은 봄날

 마트에서 장보기를 하면 박스에 열심히 담아 나르더니만

매일같이 이렇게 서재의 책들을 정리하여

일부는 알라딘에 처분을 하고

가까운 고물상에 버리곤 했었는데

이미 내 책도 그 속에 포함되어 사라진 것이다.

기가 막혀서 그럼 그 책 말고도 내가 아끼던 책들이 없어진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생각도 들어서 나도 모르게 그만 

왜 물어보지도 않고 처분을 했느냐고 속상해라 했었는데

주말오후 남푠의 햄펀에 카톡소리가 나더니만

일어나 살그머니 현관문을 열고 무언가를 들고 들어오기에

나 모르게 또 무얼 샀을까 궁금해지는거였다.

그런데 며칠 전 내가 눈을 호끔뜨고 

화등잔만한 눈을 흘기믄서 책을 버렸다고 속상해라 해서

새 책으로 주문을 했다며

슬그머니 책을 꺼내 내 앞에 밀어놓는 남푠.

이미 사라진 책에 대한 나의 뜻밖의 반응에 무척 민망했던 모양이다.

이젠 됐냐믄서 의기양양해서 이 책을 꺼내는 남푠 땜시

또 한 번 웃을 수밖에...

그도 그럴것이

내 학창시절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 고양이였다.

사실...그 시절에는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기는 커녕

가까이에서 보면 무서워 도망치기도 하곤 했는데

우쨔서 친구들은 나를 고양이라 불렀는지 몰긋다.

암튼 나는 그래서 고양이로 불리우며 꽤 오랜 시절을 지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부터였나 나는 고양이 인형을 무척 좋아했었다.

여행을 가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인형을 보기만 하면 

품어오기를 일삼다 보니

울집에는 고양이가 몇 마리인지 모른다.ㅎㅎ

이 책은 고양이가 주인공이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이 너무 재미나게 묘사되어서

참 재밌게 읽고 또 읽곤 했던 책이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이 책을 다시 품에 들이게 되어 다행이다.

고양이에 대한 에피소드는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아주 오래전 지금의 여름별궁에서 지내던 신혼시절에

여러 종류의 새를 키웠었는데

지인들에게 퍽 많이 분양도 하곤 했드랬다.

여름날엔 앞뜰의 감나무에 새장을 걸어두기도 하고

거실에서 내다 보이는 창가에 새장을 내놓고 목욕을 시키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새들의 지저귐이 예사롭지 않아서

화들짝 놀라 내다보니

고양이가 새장안의 새들을 호시탐탐 노리다가

앞발로 새장 문을 열려던 찰나였다.

감나무에 매달린 새장속의 새도 넘보던 고양이 때문에

새가 놀라서 새장 밑부분이 열려 날아가기도 했었는데

새장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애간장을 태우게 만든 게 바로 고양이였다.

그 후로 고양이를 미워하게 되었는데

어느날 현관문 앞에 쥐 한 마리가 펼쳐져 있어 기겁을 했더랬다.

그건 고양이가 해코지를 한게 아니라

잘 지내보자고 뇌물로 바쳐진거 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된 사실이지만

암튼 난 그 일들이 있고부터는 고양이를 피하고 무서워했었다.

그러다가 울여름별궁을 다시 찾게 된 몇 해 전 어느 봄날

그곳을 터전으로 살고 있던 어린 새끼고양이 냥1이를 만나게 되었다.

나는 무서워서 피하고 싶은데

냥1이는 줄곧 야옹거리며 내 주위를 맴돌고 비비대며 따라다녔다.

그러다가 고만 정이 홈빡 들어서 냥1이와 함께하게 되었는데

내가 고양이 때문에 눈물까지 흘리게 될줄 누가 알았겠는가 말이다.ㅎㅎ

이제 다시 이 책을 읽으면

이전과는 사뭇 다르게 공감할 수 있겠지?

남푠 덕분에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고양이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얏다.

요즘 두 번째로 다시 읽고 있는 책인데

내가 자연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사들인 책들중 하나.

그런데 다양한 분야의 내 책들이 아직 안녕한지

오늘은 서재를 점검해봐야겠다.

설마 내가 아끼는 책들을 또 내다 버린것은 아니겠지만

글두...눈 부릅뜨고 다시 꺼내봐야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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