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화분들을 실내로 들이길 잘했다.
아침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춥더니
철없이 피어난 미니사과 꽃송이가 꽃문을 닫았다.
낮이 되어 기온이 올라가니 다시 방긋 피어났다.
내일 아침 딸랑구 샐러드에 넣어줄 까마중 열매도
한 줌 따고 어슬렁 어슬렁 뒷뜰에서
아직 수확하지 않은 비트가 땅 위로 올라온 부분이 얼까봐
낙엽으로 덮어주기도 하고.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단감나무 잎을
한데 모아서 땅에 묻으려고 감나무 근처를 파던 남푠이
혀를 끌끌 차기에 다가가 보니
플라스틱 조각이며 비닐봉지와 필기구 등등
땅 속에 파묻어 놓은 이전의 세입자의 소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속 상하고 화가 나고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이렇게 여기저기에 묻었을까
생각 같아서는 와서 보라고 하고 싶지만
애써 마음을 추스린 오후.
지난번 언니가 시골에 다녀가며
지인이 캐서 만들었다는 쑥 반죽을 한 덩이 주고 갔는데
반죽에 전혀 간이 되지 않았더라기에
냉동실에서 꺼내 해동시킨 반죽에
죽염과 설탕을 넣고 고루 섞이도록
남푠에게 반죽을 부탁했다.
쌀에 비해 쑥이 덜 들어간 비쥬얼이라서
개떡 보다는 차라리 송편이 낫겠다 싶어
열심히 치대서 송편을 빚기 위해
남푠의 손을 빌려야 했다.
어깨가 아파서 요즘에는 겨우 밥만 해 먹을 정도라서...
깨소금에 설탕과 죽염을 섞어서
송편 소를 넣어
김이 오른 찜기에 깨끗이 씻은 솔잎을 깔고
찌는데 솔향이 어찌나 좋던지...
찜기에 찌면 한꺼번에 다 찔텐데
꺼내기 번거로워서 웍을 이용하니
두 번에 걸쳐서 찌는 것은 완료,
참기름 떨어뜨린 찬물에 송편을 넣었다 꺼내서
채반에 이렇게 서로 달라붙지 않도록 놓으면서
시식을 했더니 아쿠야~!
넘나 짜다.
간을 좀 봐주십사...했더니
싱겁다기에 죽염을 추가한게 실수였나보다.
그래도 반죽이 쫀득허니 솔향기 나는 떡이니
소를 덜어내고 먹으면 맛있을듯 하다.
그냥 개떡이나 찔 것인딩...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