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정월 대보름 나물

꿈낭구 2023. 2. 5. 11:32

어제 밤 늦도록 정월 대보름 나물 반찬을 만드느라

무리가 되었던지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

아침에 일어나서 나머지 반찬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여엉~~

만들어 놓은 반찬을 남푠이 이렇게 접시에 옮겨 담고

무시래기 들깨탕은 냄비째로...ㅎㅎ

글두 나름 섬세하게 노력한 흔적이 보여서 웃음이 났다.

지난 가을 늦도록 주구장창 따서 말려뒀던 호박오가리를

물에 불려뒀다가 들기름에 파, 마늘, 국간장과 소금 넣고

시크릿코인을 분말로 만들어서 넣고 볶다가

당근, 양파와 함께 볶았다.

마지막에 거피 들깨가루를 넣어주고.

이것은 죽순나물.

식감이 좋아서 아껴둔 것인데 묵어서 그런지

빛깔이 짙어졌다.

말린 죽순 역시 뜨거운 물에 불렸다가 볶아주기만 하면 뚝딱~!

올 봄에는 죽순을 많이 사서 말려두고 먹어야긋당.

죽순나물은 어른이 되어서야 처음 맛을 알게되었는데

식감이 꽤 좋아서 금세 빠져들게 되었다.

요것은 지난해 봄 부터 텃밭에서 자라던 흰민들레를 말려둔 것으로

나물반찬을 만들었다.

노란 민들레는 보는 족족 뽑아내고

흰민들레는 꽃을 피워 민들레 홀씨를 날려서

많이 퍼지도록 특별관리를 했었다.

전기밥솥의 만능찜 기능으로 삶으니

부드럽고 야들야들 식감이 참 좋다.

들기름에 마늘, 국간장 넣고 볶으면 뚝딱!

서리가 내리도록 줄기차게 열리던 텃밭의 가지를 따서

말려둔 것인데 뜨거운 물에 불렸다가

물기를 짜서 들기름에 볶아서

들깨가루 약간 넣어 꼬소함을 더했다.

건고추와 시크릿코인으로 맛을 살짝 업그레이드.

이른 봄에 주말농장에 지천으로 자라던

개망초 어린 순을 따서 말려둔 것인데

개망초 묵나물은 부드럽고 맛있어서

봄 마다 열심히 따서 말려둔다.

치아가 부실한 어르신들도 드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이다.

나물들을 다 같은 양념으로 조리하지만

맛은 저마다 다르니 참 재미나다.ㅎㅎ

어릴적 보름나물에 빠지지 않았던 무우나물이다.

텃밭에서 자란 무우 작달막한 거 하나로

엄마표 무나물 맛을 기억해내면서 만들어 보았다.

멸치육수 대신 시크릿코인을 이용했더니

맛이 제법 비슷하다.

나물 반찬 6종 세트가

순식간에 완성되었다.

울딸랑구랑 함께 먹고 싶은데

조금씩 따로 덜어둬야긋다.

세시음식을 어릴적 부터 꼭 챙겨 먹였기에

하지는 못해도 맛은 아는 딸랑구다.ㅋㅋ

어린 시절 대보름 나물반찬이며 각종 탕이며

설날 보다 밥상이 더 거창했던 정월대보름 밥상이 생각난다.

엄마는 나물과 탕으로 나물들을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드시곤 했다.

두부와 콩나물탕도 맛있고

해초로 만든 반찬도 있었는데...

사다 놓은 숙주와 톳은 아직 하지도 못했다.

식구가 없으니 한꺼번에 많은것을 하는 것 보다

시차를 두어 만들어 먹는 게 좋을듯.

미나리, 콩나물, 고사리나물로 만든 울엄마표

콩나물잡채가 생각난다.

것두 조만간 만들어 먹어봐야징.

찹쌀에 차조, 찰수수, 팥, 초록콩, 서리태, 돈부콩과

밤, 대추를 넣고 찰밥을 쪘다.

팥을 미리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 둔 것이라서

팥물이 들어가지 않아 찰밥에 붉은 빛이 없다.

한소큼 찌다가 소금과 설탕을 넣은 물을 

골고루 넣고 섞어준 다음 다시 한 번 쪄낸 찰밥이다.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어두고 하나씩 꺼내 먹을 수 있도록

딸랑구 몫으로 따로 만들어 뒀다.

설겆이를 끝내고 늦게서야 런닝머신에 올랐더니

가로등 불빛이 있음에도 달빛이 휘영청~~!

어린 시절의 소꿉친구들이 생각난다.

설날 부터 보름날 까지 밤마다 나와서 놀던 생각이...

보름날 저녁이면 집집마다 찰밥 얻으러 다니던...

곱슬머리 옥현이, 동글넙적한 현애, 대나무 처럼 훌쩍 큰 키에

늘상 두 줄기 누렁코가 매달렸던 종례와

쌍꺼풀 예쁜 눈의 점순이는

지금쯤 어떻게 변해있을까?

보고싶다.

대보름날 찰밥 얻으러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머슴아들이 우리들의 찰밥을 노리고 빼앗으려고 해서

도망치던 생각도 난다.

집집마다 커다란 가마솥에서 찰밥을 퍼서 주는데

집집마다 조금씩 달랐던 기억도 나고

휘영청 달 밝은 밤에 강강수월래로

늦도록 얼마나 재미나게 놀았던가...

그리운 소꿉동무들아  정말 보고싶다.

우리 고향에서 모두 함께 만날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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