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폭설로 고단했던 하루

꿈낭구 2021. 1. 7. 19:33

간밤에 요란하게 휘몰아치던 바람소리로 잠을 설칠 지경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창밖을 내다보니

지난번 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눈이...

화단의 경계석까지 눈에 파묻히고

데크의 계단 높이까지 눈이 내렸어요.

식사준비 하는 동안에

남푠은 제설작업을 서둘렀는데

쓸고 돌아서면 다시 눈이 쌓여서 진땀을 흘릴 지경이었지요.

우선 급한대로 길을 내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아이 출근길이 걱정되어 

보다 안전한 아빠 차로 태워다 주기로 했는데

폭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운전을 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지요.

입이 바짝 마르도록 긴장되는 도로 위의 상황에

저절로 안전을 위한 기도가 나옵니다.

얼어붙은 차창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도시는

온통 회색빛입니다.

 

아이 출근 시키고 돌아오는 길

저 너머로 마을이 보입니다.

눈 치우기가 이렇게 힘든줄 몰랐어요.

겨우 이렇게 통로만 만들어두고

눈이 더 이상 내리지 말았으면...

담장을 타고 자라던 아이비는 하얗게 눈꽃을 피웠네요.

화단의 경계석이 눈에 파묻혔어요.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져있던

화초를 일으켜 세우고 끈으로 묶어두었는데

또 이렇게 폭설이 내렸으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집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곧장 제설작업으로 돌입.

이 눈을 봐도 어젯밤 상황이 짐작 되지요?

쌓인 눈이 바람에 날려 쏟아져 내리고

다시 또 눈발이 휘몰아치고...

꽃나무들도 힘겨워 보입니다.

쓸고 돌아서니 다시 눈이 쌓인 데크.

힘이 빠집니다.

데크 높이로 눈이 내리기는 처음입니다.

우뚝 선 주목이 눈꽃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네요.

저 멀리 눈구름이 걷힌 파란 하늘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여기 보다 윗쪽 도시의 하늘인가 봅니다.

장갑을 끼고 중무장을 했는데도 

손이 시렵고 뺨이 얼얼합니다.

눈을 치우는 사이사이 눈꽃을 피운 나무들을 살펴볼 겨를이 없었으니

오늘 하루는 눈과의 전투였네요.

옥상의 경계석까지 눈이 쌓인것은 처음 봅니다.

미친듯이 불어닥치던 세찬 바람에 눈발이 날려

심지어 항아리 뚜껑 속에까지 눈이 들어갔더라구요.

데크는 눈을 치우지 않으면 아이스링크가 됩니다.

또 눈이 내린다하니 이대로 둘 수는 없는 일.

남푠은 데크의 눈과 씨름하는 동안

나는 반대쪽 옥상의 눈을 치우는데

이번 눈은 습설이라서 여간 무거운게 아닙니다.

                                              손가락은 물론이거니와 팔 다리 허리, 어깨...

한나절을 눈과 씨름을 하느라 기진맥진 했어요.

유리창과 창틀에 쌓인 눈을 제거하고

들어오니 얼굴이 퉁퉁 부어 눈이 두꺼비 같아요.ㅠㅠ

여차하면 집에 못올 상황이 될지 모른다며

간단한 용품들까지 챙겨들고 출근을 한 아이가

회사의 여자휴게실로 쓰이는 공간에서

하룻밤 지내게 될 각오까지 했지만

그래도 택시로 퇴근을 할까 궁리중인 아이를 데리러

다시 운전대를 잡았는데

자동차 전용도로는 그래도 비교적 눈이 녹아서

조심조심 달릴 수 있는데

국도는 아직 중앙선도 차선도 알 수 없는 상황...

내일 아침이 걱정입니다.

밤새 기온이 떨어지면 녹은 눈들이 다시 얼어붙을텐데...

옆 차로에서 갑자기 끼어들던 차가

쏜살로 내달리기에 어쩌려고 저렇게 무모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단 말을

미처 끝내기도 전에 미끄러졌는지 차가 비틀거리더니

중앙분리대를 이리저리로 들이받고 빙그르르~~

옆에 차가 없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 사고가 날뻔 했어요.

바로 앞에서 그걸 목격한 우리는 다리가 후덜덜...

정말이지 너무나 고단한 하루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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