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하여 당신을 위하여 -오규원- 당신은 구체적인것을 원합니다 당신의 옷, 당신의 구두, 당신의 얼굴이 구체적이듯이 나의 말도 그와같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눈을 아시는지요 이런 우화는 어떻습니까? 봄입니다 길이 끝난 곳에 층계 층계가 끝난 곳에 뜰 그 꿈의 뜰에 어제 ..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6.02
찔레 오늘 아침 산행중 만난 찔레. 해마다 요맘때쯤이면 눈부시게 흐므진 꽃을 피워내는 찔레꽃을 만나는 날이면 이 시를 가만히 읊조리며 오르곤 하였지요. 잠깐... 이 아름다운 오월이 다 가기전에 잠깐 소녀적 감상에 젖어보는것두 괜찮겠지요? 자아~! 준비 되셨나요? 목소리도 가다듬고...ㅎㅎㅎ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그루 찔레로 서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쬐끔만 더 다가서며는 서로가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찔레꽃으로 피워놓고 먼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듯 추억을 털며 초록속에 가득히 서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게는 우는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어여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5.24
아름다운 아침 아름다운 아침 -최승헌- 찬바람이 날을 세우는 이른 아침 방금 목욕을 마친 두 할머니가 힘겹게 목욕탕 문을 밀치며 나온다 두 분 중 연세가 조금 덜 들어보이는 할머니가 허리춤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가쁜 숨을 몰아쉬며 어디론가 전화를 한다 아마 남편에게 하는 듯 보소 오소 단 두 마디, 참 간단..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4.07
부부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3.08
같이 있고픈 사람 같이 있고픈 사람 사람아 세상아 내 곁에서 힘이 되어 주려므나 사람을 만나 부담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면 그대는 불행한 사람이다. 곁에 있는 사람들을 보라 과연 얼만큼의 부담을 느끼는가? 오히려 내가 부담을 주지는 않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조용히 돌아보라 화난 얼굴이라면 이미 그대는 부담..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3.07
우리는 우리는 -김용택- 우리는 서로 없는 것같이 살지만 서로 꽉 차게 살아 어쩌다 당신 모습 보이지 않으면 내 눈길은 여기저기 당신 모습 찾아 헤매입니다 강 건너 우리 밭가 감잎 사이 텃밭 옥수수잎 사이에 어른어른 호박꽃만 피어나도 내 가슴은 뛰고 바람에 꽃잎같이 설레입니다 우리는 날이면 날마다 ..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2.27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2.27
참 좋은 당신 참 좋은 당신 -김용택- 어느 봄날 당신의 사랑으로 응달지던 내 뒤란에 햇빛이 들이치는 기쁨을 나는 보았습니다 어둠 속에서 사랑의 불가로 나를 가만히 불러내신 당신은 어둠을 건너온 자만이 만들 수 있는 밝고 환한 빛으로 내 앞에 서서 들꽃처럼 깨끗하게 웃었지요 아, 생각만 해도 참 좋은 당신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2.27
사랑 사랑 -김용택- 당신과 헤어지고 보낸 지난 몇 개월은 어디다 마음 둘데 없어 몹시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현실에서 가능할 수 있는 것들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두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의 입장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잊을 것은 잊어..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2.27
얼음박물관 관람기 얼음박물관 관람기 -홍일표- 꽝꽝 얼어붙은 계곡 이따금 꿈틀거리는 물의 등줄기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물속에서 누가 둥그런 눈을 껌벅인다 가만히 안을 들여다보니 독거노인이 혼자 웅크리고 앉아 흐르는 물에 설거지를 하고 있다 달그락달그락 유리그릇 부딪는 소리 허리 굽은 노인의 등허리..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