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하는 공간 75

무화과

무화과 - 이은봉 -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손가락만큼 파랗게 밀어 올리는 메추리알만큼 동글동글 밀어 올리는 혼신의 사랑... 사람들 몇몇, 입 속에서 녹아 약이 될 수 있다면 꽃 피우지 못해도 좋다 열매부터 맺는 저 중년의 生! 바람 불어 흔들리지도 못하는. * 꽃 없이 맺은 열매여서 무화과(無花果)다. 사랑 없이 맺는 열매는 세상에 없다. 무화과나무에서도 꽃이 핀다. 보이지 않을 뿐이다. 무화과나무는 오월께 잎 겨드랑이에 도톰한 돌기를 돋운다. 영락없는 열매지만 꽃이다. 꽃은 주머니 모양의 돌기 안쪽에 숨어 핀다. 그래서 은화과(隱花果)라 한다. 혼신의 힘을 다해 메추리알만큼 키운 꽃주머니는 그대로 열매가 된다. 무화과는 사람의 입안에 달콤한 기억을 남긴다. 꽃피우지 않고, 누가 알아보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