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쉰이 되었다 오늘, 쉰이 되었다 -이면우- 서른 전, 꼭 되짚어 보겠다고 붉은 줄만 긋고 영영 덮어버린 책들에게 사죄한다 겉 핥고 아는 체했던 모든 책의 저자에게 사죄한다. 마흔 전, 무슨 일로 다투다 속맘으로 낼, 모레쯤 화해해야지, 작정하고 부러 큰 소리로 옳다고 우기던 일 아프다 세상에 풀지 못한 응어리가..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2.01
목련꽃 브라자 목련꽃 브라자 - 복효근 - 목련꽃 목련꽃 예쁘단대도 시방 우리 선혜 앞가슴에 벙그는 목련꽃송이만 할까 고 가시내 내 볼까봐 기겁을 해도 빨랫줄에 널린 니 브라자 보면 내 다 알지 목련꽃 두 송이처럼이나 눈부신 하냥 눈부신 저.....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2.01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영진설비 돈 갖다 주기 - 박 철-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 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 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 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 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 멀리 쑥국 쑥국 쑥국새처럼 비는 그치..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1.01.16
무작정 만나고 싶다 무작정 만나고 싶다 -김용궁- 아무런 보상도 원하지 않고 따뜻한 웃음을 주는 마음이 순수한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이별의 말이 가슴 아파 선뜻 얘기치 못하고 서성일때 다가와 마음을 바로잡아주는 이해심 깊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사랑에 미친 사람 그러나 풋자두처럼 상큼..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0.12.30
생의 간이역에서 생의 간이역에서 -김상현- "다음은 대전역입니다 내리시기 전에 잊으신 물건이 없는지 살펴봅시다" 내 생에 잊고 내린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눈물나도록 감사했던 일들과 사랑했던 이름들과 때론 추억까지도 잊고 훌쩍 내려버린 시간 아 내리기 전에 한 번쯤 살펴보는 것이었는데 다음 역 내..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0.12.30
의자 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0.12.30
서울에서 속초까지 서울에서 속초까지 -김광규- 서울에서 속초까지 장거리 운전을 할 때 그를 옆에 태운 채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려간 것은 잘못이었다 틈틈이 눈을 돌려 북한강과 설악산을 배경으로 그를 바라보아야 했을 것을 침묵은 결코 미덕이 아닌데... 긴 세월 함께 살면서도 그와 많은 이야기 나누지 못한 것은 ..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0.12.30
민들레역 민들레역 -송찬호- 민들레역은 황간역 다음에 있다 고삐가 매여 있지 않은 기관차 한 대 고개를 주억거리며 여기저기 철로변 꽃을 따먹고 있다 에구, 이 철없는 쇳덩어리야, 오목눈이 울리는 뻐꾹새야 쪼르르 달려나온 장닭 한 마리 기관차 머릴 쪼아댄다 민들레 여러분, 병아리양말 무릎까지 끌어올..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0.12.30
진달래 진달래 -김용택- '염병헌다 시방. 부끄럽지도 않냐 다 큰 것이 살을 다 내놓고 훤헌 대낮에 낮잠을 자다니 연분홍 살빛으로 뒤척이는 저 산골짜기 어지러워라 환장허것네 저 산 아래 내가 쓰려져불겄다 시방'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0.12.30
굴욕에 대해 묻다 굴욕에 대해 묻다 -박철- 밥을 먹다가 아내가 물었다 굴욕에 대해 아느냐고 나는 이러저러하게 대답하였다 아직 냉전 중이라서 조금 굴욕적이었다 밥을 먹다가 아내가 말했다 굴욕은 밥을 깨작깨작 먹는 것이라고 남자들 요즘 어깨 천근만근입지요. 가장 아내 밖에서 굴욕적인 일 당했나 보군요. 얹혀.. 시와 함께하는 공간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