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558

가을 하늘

비바람이 세차게 불어치는데도 굳건히 전깃줄에 앉아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는 작은 새 두 마리. 지난번 부터 줄곧 상대를 탐색하는듯한 걔네들이 아닐까 싶어서 창밖으로 자꾸 시선이 갑니다. 아무래도 코드가 잘 맞지 않나 봅니다. 한 마리가 날아가자 홀로 비를 맞고 바라보고 있어요. 지난번 부터 둘 사이에 끼어들던 새 한 마리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게 아무래도 삼각관계인듯...ㅎㅎ 점심 즈음부터 비가 그치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눈길을 사로잡아요. 바람이 구름을 이리 저리로 몰고 다니나 봐요. 층층으로 드리워진 구름들이 바람을 타고 춤을 춥니다. 태풍의 영향인지 바람은 제법 차요. 아까운 햇볕에 내다 널은 고추들이 바람에 데크 위로 여기저기 날아갔네요. 태풍이 우리나라를 관통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햇살은 ..

코스모스

어제 수세미효소 담그다 모자라서 중단했던 설탕 사러 시내 나갔다가 견물생심이라고 또 예정에도 없던 먹거리들을 주섬주섬 담아왔네요. 가래떡 코너도 모싯잎 송편 코너도 눈 딱 감고 무사히 지나쳤는디 추석을 빌미로 곁에서 자꼬 추임새를 넣는 바람에...ㅋㅋ 국도로 돌아오는 길에 코스모스 밭에서 중간치기 하다 왔네여. 요즘 코스모스는 다양하네요. 근데 우짠지 저는 옛날의 그 순정한 흰색과 분홍과 간간이 섞여 피던 진분홍이 정답습디다요. 활짝 피면 겁나게 이쁘긋지라잉? 사설이 필요읎네여. 기냥 꽃길을 걷듯 쫘악~~둘러보세여.

초가을 꽃나들이

이사 오기 전에 댑싸리가 정말 예뻤었는데 리모델링 공사하면서 다용도실을 확장하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죄다 뽑혀서... 모아서 묶어 낙엽 쓰는 빗자루를 만들었었는데 씨가 떨어져서 여기저기 몇 개 자라다가 폭우에 쓰러져 눕고 말아서 얼마나 속상했던지요. 그런데 이 귀여운 댑싸리를 다시 만났어요. 텃밭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기필코 내년에는 꼭 다시 심을테야요. 귀여운 댑싸리가 몽실몽실한게 넘나 귀엽지요? 봄날에 밝은 연둣빛으로 올라올때도 사랑스럽고 이쁘지만 가을날 이렇게 발그레하게 물들어 가는 모습도 참 예뻐요. 나중에 나중에 언젠가 울 손주가 생기면 댑싸리 사이에 꽁꽁 숨어 숨바꼭질 놀이를 하면 얼마나 재미날까 ㅎㅎ 혼자서 요거 보믄서 즐건 상상을 했다우. 가을 가을한 풍경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억새. 오늘은..

비 그친 후의 봄빛 개암사

개암사 죽염을 사는게 오늘의 주 목적이었기에 언니의 부탁으로 자죽염과 요리용 죽염과 양치용 죽염까지 사고 여기까지 왔으니 개암사까지 들어가보기로 했어요. 저수지를 끼고 벚꽃길이 이어지는데 봄날 벚꽃이 피면 이 좁은 도로는 주차장이 되고 말아서 꽃만 보며 차로 입구까지도 못가고 되돌아 나와야만 했었는데 이렇게 한적한 벚나무길을 우리만 실컷 즐길 수 있다니 넘 좋았어요. 비가 내린 뒤의 청량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싱그럽고 너무 좋아요. 오늘은 절 입구까지 가보기로 했지요. 아니...그런데 주차장도 널찍하게 새로 생겼고 이렇게 걷는 길도 숲으로 나 있어서 내려서 걸어보기로 했어요. 전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보니 고요한 산사에 이름모를 산새들만 지저귀네요. 울창한 나무 사이로 저 멀리 범상치 않은 바위산이 보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