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이 있는 이야기 561

2020년 10월11일 일출

지난 9월23일 이사온 후로 날마다 선물같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른 아침 내려앉은 안개에 휩싸인 들녘 너머로 저 멀리 동이트는 모습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좀더 시선을 남쪽으로 향하면 이웃집 지붕 너머로 즐겨 오르던 산 정상이 보입니다. 저 멀리서 해가 올라옵니다. 아직 마을은 잠에서 깨지않은듯 그저 적막한 시간입니다. 서서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오늘 하루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은혜 주심을 감사합니다.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위로 길다랗게 구름이 하늘도화지에 그림을 그립니다. 바다에서 동이 트는 광경을 보는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입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나의 처소에서 매일처럼 이런 일출을 만날 수 있다니요. 어느새 딸아이도 올라와 곁에 서서 해를 바라봅니다. 이렇게 두둥실..

가을날의 일출

2020년 10월 10일 주말이라 맘놓구 잤더니 딸랑구 벌써 일어나서 런닝머신에서 뛰고 2층에 올라가 해뜨는 모습이 너무 이쁘다고 함께 즐기자네요. 살구나무에서 이른 아침부터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어찌나 상쾌한지요. 앞집 때문에 시야가 좀 가리워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파트숲인 도시에서는 감히 누릴 수 없는 호사지요. 구름 사이로 해가 나오는 모습을 보려고 울 세 식구 숨죽이며 동쪽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드디어 불끈 올라왔어요. 아무런 말이 필요없는 순간이지요. 이런 멋진 광경을 매일처럼 마음만 먹으며 이렇게 즐길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요. 감사로 시작하는 하루입니다.

천변산책

2020년 7월 15일 수요일 오늘은 여름별궁 공사가 하루 쉰다하여 오늘 배송되는 에어컨과 인덕션 설치 때문에 다녀오려 했었는데 비가 내려서 하루나 이틀쯤 일정을 조정했다. 며칠째 계속 내린 장맛비로 언더패스가 통제되었다가 오늘은 강물의 수위가 낮아져 차량통행이 가능해졌다. 오전에 책을 보다가 남푠이 뚝딱뚝딱 우렁각시 마냥 만들어 온 국수로 점심식사를 거실에서 했다. 멸치육수에 감자와 애호박볶음과 고추를 넣고 메밀면을 말았다. 양념간장까지 만들어와 이렇게 둘이서 맛나게 먹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천변의 산책로는 물론 언더패스까지 물에 잠기고 다리 교각이 이렇게나 물에 잠겼었다. 잠깐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점심 먹고 요즘 계속되는 소화불량으로 속이 불편해서 운동 겸 걸어볼까하고 천변에 나왔더니 징검다리도 ..

저녁산책

오래간만에 천변으로 산책을 나갔더니 도깨비가지가 무리지어 핀 모습이 예쁘다.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온 귀화식물인데 꽃은 가지꽃을 닮았지만 줄기와 잎에 가시가 많아 도깨비가지라고 불린다. 이게 바로 울여름별궁의 가지꽃이다. 이렇게까지 많진 않았는데 어느새 이렇게 도깨비가지가 이 구역을 점령했다. 이른 저녁식사를 마치고 어둠이 내리기 전에 들꽃들을 만날겸 서둘러 나왔다. 기생초와 개망초가 한데 어우러진 꽃길이다. 저녁무렵의 개망초는 꽃문을 닫아 영락없이 안개꽃 처럼 보여 탐스럽고 어여쁘다. 낮과 밤의 변신이다. 주변의 초록이들과 어우러져서 한층 청초하고 사랑스럽다. 꽃길을 따라 걷노라니 하늘나리가 반겨준다. 강변의 시원한 바람과 비 그친 뒤라서 강물이 불어나있어 징검다리가 아슬아슬하다. 물고기들의 첨벙대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