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331

좌충우돌

밤새 안녕이란다더니... 오늘 아침에 거실 탁자를 닦다가 탁자 바닥 모서리에 발 안쪽 복사뼈를 부딪혔는데 별이 보일 정도로 아득한 통증으로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고 말았어요. 복사뼈 부위의 혈관이 부풀고 파랗게 솟아오르더니 순간 복사뼈 전체가 피멍이 든듯 검푸르게 변했어요. 놀라서 달려온 남푠이 환부에 약을 바르고 하필 요즘 손님이 연이어 오는 바람에 얼음이 바닥이 난 상태라서 압박붕대로 감싼 뒤 김치냉장고 속의 냉매를 올리고 수건으로 감쌌는데 정신이 아득한 통증 속에서도 이 현실이 믿겨지지가 않더이다. 이럴때 어떻게 처치를 해얄지 몰라 언니와 통화를 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발이 자줏빛으로 변하기 시작하네요. 남푠이 병원에 가얀다며 서둘렀어요. 고양이세수를 하고 모자만 눌러쓰고 이사올때 버릴까 하다가 혹..

주저리 주저리 2021.06.26

책 읽어주는 부부

메모지에 적어둔 도서목록을 보구서 지난주 맥을 못추고 끙끙 앓아누웠을 때 남푠이 책을 주문했던가 봅니다. 깜짝 선물인지라 너무나 반갑고 고마웠는데 누워서 읽으라고 거실 탁자 위에 개봉해서 두었는데도 책을 들 힘도 없어서 아니...일어날 힘도 없어서 고맙단 인사만 하고는 며칠이 지나서야 책을 들춰보게 되었지요. 돋보기를 쓰고 것두 누워서 한 쪽으로만 들고 봐야하니 여간 불편한게 아닌데도 책에 빠져들다 보니 일어나면 어지럼증까지 생겨 천천히 아껴가며 읽기로 맘 먹었어요. 아이는 e book으로 권하는데 우리네 세대는 책 냄새를 맡으며 찬찬히 넘겨가며 읽는 맛에 익숙해서 당췌 그런 신문물로 독서를 한다는게 탐탁치가 않아요. 눈도 더 피곤한것 같구요. 참 적응 안 되는것 중 하나이지요. 가계부나 일기 또한 마찬..

주저리 주저리 2021.06.13

할미꽃 단상

할미꽃이 파파할매가 되었어요. 허리도 꼬부라져서 지팡이를 들려줬는데 또 비 예보가 있어서 할일이 많은데 자꾸 저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봅니다. 가장 이른 봄 부터 초여름 문턱까지 할미꽃의 한 생을 지켜보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올해 피어난 꽃들이 다음 생에 자라날 꽃들의 밑거름이 되어주기 위해 이렇게 백발이 성성하도록 다 내어주는구나 싶으니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마주앉아서 바람결에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네요. 곧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는데 작년에는 산소에서 모였었는데 올해엔 가족이 모일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하소연도 하고 말이죠.

주저리 주저리 2021.05.24

시골 장터구경

좀더 크고 볼거리가 많은 구례장으로 장터귀경을 가려고 했는데 마무리 공사를 한다하여 포기해서 몹시 아쉬워라 하던 남푠이 진안 장날이니 거기라도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면 어떻겠느냐기에 서둘러 길을 떴쓰요. 얼마만에 콧바람을 쐬는지 가물가물 하더라구요. 지난 추석에도 성묘를 못하고 이번에도 코로나 때문에 설명절에 가족들이 모일 수 없게 되어서 가는 길에 가족묘지에 잠깐 들려서 성묘하려구요. 다리 수술하고 나서 처음으로 찾은 산소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더 휑해 보이네요. 시부모님과 시댁 어르신들 그리고 시동생과 큰아주버님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심란하던 시기에 소천하신 작은아버님 묘소까지 성묘하고 그사이에 주변이 많이 달라졌네요. 못보던 아파트도 생기고... 저 멀리 마이산이 우뚝 솟아 보입니다. 우리의 목적지인 ..

주저리 주저리 2021.02.09

AI 리모컨

음악을 들으면서 반신욕기에 들앉아 노트북과 놀고 있는데 거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찬란한 햇빛이 눈부십니다. 어제 어마어마한 광풍으로 옆마당으로 날아간 공사자재를 둘이서 낑낑대며 들어다가 바람 없는 안전한 거실 앞 데크에 세워두었는데 월욜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연락이 왔네요. 밖이 안 보여서 답답한데 이 상태로 주말을 보내얄것 같아요.ㅠㅠ 지금 바깥은 체감온도가 영하 12도라는데 거실에 있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아니면 못느껴요. 따사로운 햇살이 깊숙허니 들어오니 더워서 조끼를 벗어던졌더니 서재에서 나온 남푠이 버티컬을 제 눈높이에 맞추어 알아서 척척 내려주믄서 자기가 리모컨이래여. 것두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고객의 마음을 다 알아서 움직이는 AI 리모컨이요. 이케 훌륭헌 AI를 손꾸락 하나 ..

주저리 주저리 2021.01.29

새싹보리 키우기

세 번째 수확해서 먹던 새싹보리를 주방 창가쪽으로 옮겨놓았어요. 매일 아침마다 샐러드에 넣어 먹던 싱그러운 새싹보리는 눈으로 즐기며 입도 즐거우니 이거 키우는게 신나는 놀이 같아요. 세 번째 단발을 시켰더니 이제는 좀 떠꺼머리 총각 같이 되얏어요. 두 번째 세 번째 단발 시키다 보니 조금 어수선해져서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사시켰는데 이제는 텃밭으로 옮겨 심어줘얄것 같아서 오늘 아침 싹둑싹둑 단발시켜서 텃밭 사과나무 아래에다 옮겨 심었어요. 다시 겉보리를 물에 담가 불리는 중입니다. 이렇게 두 세 번 하다 보면 텃밭에서 자란 진짜배기 새싹보리를 먹을 수 있을거야용. 겨울철 초록식물로 강추 입니당.

주저리 주저리 2021.01.23

야속한 마음 다스리기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 (골로새서 3:17) 코로나 시국에 적합한... 집에서 햄펀으로 올해의 말씀 뽑기로 뽑은 올해 제게 주신 말씀입니다. 새해 시작을 감사로 열었는데 요즘 자꾸 마음에 먹구름이 몰려듭니다. 마음 다스리기 위해 애를 쓰는 중입니다. 침실에 결로가 생겨서 오늘부터 하자보수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거든요. 천장 단열을 놓친 참으로 황당한 일인지라 원망과 짜증이 불시로 치밀어 오르네요. 짐을 대충 옮겨두고 며칠만 고생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하늘이 흐려지나 싶더니 급기야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서 쓸었는데도 자꾸 쌓입니다. 오늘도 공사는 어렵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전화가 왔는데 공사자재 일부가 수입품인데 연초라서 구하기가 ..

주저리 주저리 2021.01.12

폭설로 고단했던 하루

간밤에 요란하게 휘몰아치던 바람소리로 잠을 설칠 지경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창밖을 내다보니 지난번 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눈이... 화단의 경계석까지 눈에 파묻히고 데크의 계단 높이까지 눈이 내렸어요. 식사준비 하는 동안에 남푠은 제설작업을 서둘렀는데 쓸고 돌아서면 다시 눈이 쌓여서 진땀을 흘릴 지경이었지요. 우선 급한대로 길을 내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아이 출근길이 걱정되어 보다 안전한 아빠 차로 태워다 주기로 했는데 폭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운전을 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지요. 입이 바짝 마르도록 긴장되는 도로 위의 상황에 저절로 안전을 위한 기도가 나옵니다. 얼어붙은 차창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도시는 온통 회색빛입니다. 아이 출근 시키고 돌아오는 길 저 너머로 마을이 보입니다. 눈 치우..

주저리 주저리 2021.01.07

오늘이 소한이라더니...

거실에 초록물결이 싱그러워요.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기도 하고 새콤달콤한 양념고추장에 무쳐서도 먹으려구요. 시클라멘은 도대체 언제 꽃을 피우려고 이렇게 오래 뜸을 들이는지 모르겠어요. 어제 꽃이 활짝 핀 화분이라도 좀 사올까 했더니 거기에도 시클라멘은 없어서뤼... 아무래도 실내로 들이니 햇볕이 좀 아쉽기는 해요. 물주기에도 행여 넘칠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닙니다. 그래도 엄동설한에 이런 초록이들을 곁에 두고 즐길 수 있으니 고맙지요. 샐러리를 텃밭에서 옮겨 심었더니 연하디 연한 줄기가 기지개를 켜고 올라오고 있네요. 오늘을 딸랑구 어린 시절 촬영했던 기록물(?)을 노트북으로 보는데 너무 재밌어서 얼마나 웃었나 몰러요. 그때에도 실내로 들인 화초들이 제법 많았네여. 암튼 세 살짜리 ..

주저리 주저리 2021.01.05

바리바리

2020년 12월 30일 은행 볼일도 볼겸 외출을 하잔다. 연말연시엔 붐비기 마련인지라 오전에 서둘러 다녀오기로 했다. 그런데 남푠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던듯. 내 생일 선물로 노트북을 사주겠단다. 지금 사용하는 컴터가 속도도 느리고 자주 속터지게 해서 투덜거렸더니 크게 일을 벌였다. 앞으로 노트북을 쓰는게 더 편리하지 않겠느냐면서... 거금을 썼다. 고맙고 부담스럽기도 한데 ㅋㅋ용돈인상을 해야하나? 이왕 나온김에 장보기도 하잔다. 그래서 마트로 내려갔는데 어느새 카트에 한가득 각종 주전부리며 먹거리들을 담았다. 계산대로 올라가며 보니 왠 과자가 한 보따리다. 어느새 이 많은 과자를 담았는지...ㅎㅎㅎ 종류도 가지가지. 남푠의 까까창고가 문이 닫히지 않을것 같은뎅. 하여간 못말리는 남푠이다. 이 많은 장보..

주저리 주저리 202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