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이 파파할매가 되었어요. 허리도 꼬부라져서 지팡이를 들려줬는데 또 비 예보가 있어서 할일이 많은데 자꾸 저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봅니다. 가장 이른 봄 부터 초여름 문턱까지 할미꽃의 한 생을 지켜보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올해 피어난 꽃들이 다음 생에 자라날 꽃들의 밑거름이 되어주기 위해 이렇게 백발이 성성하도록 다 내어주는구나 싶으니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마주앉아서 바람결에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네요. 곧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는데 작년에는 산소에서 모였었는데 올해엔 가족이 모일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하소연도 하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