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 주저리 329

할미꽃 단상

할미꽃이 파파할매가 되었어요. 허리도 꼬부라져서 지팡이를 들려줬는데 또 비 예보가 있어서 할일이 많은데 자꾸 저랑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봅니다. 가장 이른 봄 부터 초여름 문턱까지 할미꽃의 한 생을 지켜보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올해 피어난 꽃들이 다음 생에 자라날 꽃들의 밑거름이 되어주기 위해 이렇게 백발이 성성하도록 다 내어주는구나 싶으니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마주앉아서 바람결에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네요. 곧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는데 작년에는 산소에서 모였었는데 올해엔 가족이 모일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하소연도 하고 말이죠.

주저리 주저리 2021.05.24

시골 장터구경

좀더 크고 볼거리가 많은 구례장으로 장터귀경을 가려고 했는데 마무리 공사를 한다하여 포기해서 몹시 아쉬워라 하던 남푠이 진안 장날이니 거기라도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면 어떻겠느냐기에 서둘러 길을 떴쓰요. 얼마만에 콧바람을 쐬는지 가물가물 하더라구요. 지난 추석에도 성묘를 못하고 이번에도 코로나 때문에 설명절에 가족들이 모일 수 없게 되어서 가는 길에 가족묘지에 잠깐 들려서 성묘하려구요. 다리 수술하고 나서 처음으로 찾은 산소인데 겨울이라 그런지 더 휑해 보이네요. 시부모님과 시댁 어르신들 그리고 시동생과 큰아주버님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심란하던 시기에 소천하신 작은아버님 묘소까지 성묘하고 그사이에 주변이 많이 달라졌네요. 못보던 아파트도 생기고... 저 멀리 마이산이 우뚝 솟아 보입니다. 우리의 목적지인 ..

주저리 주저리 2021.02.09

AI 리모컨

음악을 들으면서 반신욕기에 들앉아 노트북과 놀고 있는데 거실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찬란한 햇빛이 눈부십니다. 어제 어마어마한 광풍으로 옆마당으로 날아간 공사자재를 둘이서 낑낑대며 들어다가 바람 없는 안전한 거실 앞 데크에 세워두었는데 월욜부터 공사를 다시 시작한다는 연락이 왔네요. 밖이 안 보여서 답답한데 이 상태로 주말을 보내얄것 같아요.ㅠㅠ 지금 바깥은 체감온도가 영하 12도라는데 거실에 있으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 아니면 못느껴요. 따사로운 햇살이 깊숙허니 들어오니 더워서 조끼를 벗어던졌더니 서재에서 나온 남푠이 버티컬을 제 눈높이에 맞추어 알아서 척척 내려주믄서 자기가 리모컨이래여. 것두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고객의 마음을 다 알아서 움직이는 AI 리모컨이요. 이케 훌륭헌 AI를 손꾸락 하나 ..

주저리 주저리 2021.01.29

새싹보리 키우기

세 번째 수확해서 먹던 새싹보리를 주방 창가쪽으로 옮겨놓았어요. 매일 아침마다 샐러드에 넣어 먹던 싱그러운 새싹보리는 눈으로 즐기며 입도 즐거우니 이거 키우는게 신나는 놀이 같아요. 세 번째 단발을 시켰더니 이제는 좀 떠꺼머리 총각 같이 되얏어요. 두 번째 세 번째 단발 시키다 보니 조금 어수선해져서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사시켰는데 이제는 텃밭으로 옮겨 심어줘얄것 같아서 오늘 아침 싹둑싹둑 단발시켜서 텃밭 사과나무 아래에다 옮겨 심었어요. 다시 겉보리를 물에 담가 불리는 중입니다. 이렇게 두 세 번 하다 보면 텃밭에서 자란 진짜배기 새싹보리를 먹을 수 있을거야용. 겨울철 초록식물로 강추 입니당.

주저리 주저리 2021.01.23

야속한 마음 다스리기

또 무엇을 하든지 말에나 일에나 다 주 예수의 이름으로 하고 그를 힘입어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라 (골로새서 3:17) 코로나 시국에 적합한... 집에서 햄펀으로 올해의 말씀 뽑기로 뽑은 올해 제게 주신 말씀입니다. 새해 시작을 감사로 열었는데 요즘 자꾸 마음에 먹구름이 몰려듭니다. 마음 다스리기 위해 애를 쓰는 중입니다. 침실에 결로가 생겨서 오늘부터 하자보수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거든요. 천장 단열을 놓친 참으로 황당한 일인지라 원망과 짜증이 불시로 치밀어 오르네요. 짐을 대충 옮겨두고 며칠만 고생하면 되겠지 싶었는데 하늘이 흐려지나 싶더니 급기야는 눈발이 날리기 시작해서 쓸었는데도 자꾸 쌓입니다. 오늘도 공사는 어렵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전화가 왔는데 공사자재 일부가 수입품인데 연초라서 구하기가 ..

주저리 주저리 2021.01.12

폭설로 고단했던 하루

간밤에 요란하게 휘몰아치던 바람소리로 잠을 설칠 지경이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창밖을 내다보니 지난번 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많은 눈이... 화단의 경계석까지 눈에 파묻히고 데크의 계단 높이까지 눈이 내렸어요. 식사준비 하는 동안에 남푠은 제설작업을 서둘렀는데 쓸고 돌아서면 다시 눈이 쌓여서 진땀을 흘릴 지경이었지요. 우선 급한대로 길을 내보지만 역부족입니다. 아이 출근길이 걱정되어 보다 안전한 아빠 차로 태워다 주기로 했는데 폭설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운전을 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지요. 입이 바짝 마르도록 긴장되는 도로 위의 상황에 저절로 안전을 위한 기도가 나옵니다. 얼어붙은 차창 너머로 바라다 보이는 도시는 온통 회색빛입니다. 아이 출근 시키고 돌아오는 길 저 너머로 마을이 보입니다. 눈 치우..

주저리 주저리 2021.01.07

오늘이 소한이라더니...

거실에 초록물결이 싱그러워요. 샐러드에 넣어 먹기도 하고 된장국에 넣기도 하고 새콤달콤한 양념고추장에 무쳐서도 먹으려구요. 시클라멘은 도대체 언제 꽃을 피우려고 이렇게 오래 뜸을 들이는지 모르겠어요. 어제 꽃이 활짝 핀 화분이라도 좀 사올까 했더니 거기에도 시클라멘은 없어서뤼... 아무래도 실내로 들이니 햇볕이 좀 아쉽기는 해요. 물주기에도 행여 넘칠까봐 여간 신경이 쓰이는게 아닙니다. 그래도 엄동설한에 이런 초록이들을 곁에 두고 즐길 수 있으니 고맙지요. 샐러리를 텃밭에서 옮겨 심었더니 연하디 연한 줄기가 기지개를 켜고 올라오고 있네요. 오늘을 딸랑구 어린 시절 촬영했던 기록물(?)을 노트북으로 보는데 너무 재밌어서 얼마나 웃었나 몰러요. 그때에도 실내로 들인 화초들이 제법 많았네여. 암튼 세 살짜리 ..

주저리 주저리 2021.01.05

바리바리

2020년 12월 30일 은행 볼일도 볼겸 외출을 하잔다. 연말연시엔 붐비기 마련인지라 오전에 서둘러 다녀오기로 했다. 그런데 남푠의 목적은 다른데 있었던듯. 내 생일 선물로 노트북을 사주겠단다. 지금 사용하는 컴터가 속도도 느리고 자주 속터지게 해서 투덜거렸더니 크게 일을 벌였다. 앞으로 노트북을 쓰는게 더 편리하지 않겠느냐면서... 거금을 썼다. 고맙고 부담스럽기도 한데 ㅋㅋ용돈인상을 해야하나? 이왕 나온김에 장보기도 하잔다. 그래서 마트로 내려갔는데 어느새 카트에 한가득 각종 주전부리며 먹거리들을 담았다. 계산대로 올라가며 보니 왠 과자가 한 보따리다. 어느새 이 많은 과자를 담았는지...ㅎㅎㅎ 종류도 가지가지. 남푠의 까까창고가 문이 닫히지 않을것 같은뎅. 하여간 못말리는 남푠이다. 이 많은 장보..

주저리 주저리 2021.01.02

실내에서 새싹키우기

2020년 12월 25일 날씨가 추워져서 실내에서 새싹보리를 키워보기로 했다. 아파트 베란다 보다는 환경이 좋을지 궁금하긴 한데 일단 하룻밤 겉보리를 물에 불렸다가 건져서 플라스틱 포장용기에 구멍을 몇 개 뚫어주고 키친타올을 깔아 들깨와 비타민과 알파파도 키워보려고 작은 화분에 이렇게 씨앗을 놓고 스프레이를 이용하여 수분공급을 해줬다.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면서 관찰하는 재미... 새싹채소의 씨앗들은 겉보리에 비해 좀 더딘듯 이제서야 겨우 한두 개 씨앗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3일째 오후 싹이 트기 시작했다. 새싹채소에 비하면 보리는 엄청 빠르게 자라고 있다. 햇빛을 향해 이쪽 저쪽으로 돌려주며 창가쪽으로 자리를 옮겨줬다. 오~! 이삔것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스프레이로..

주저리 주저리 2021.01.02

안타까움

2020년 12월 18일 냥 2가 며칠 잘 안 보여서 남푠의 애를 태우더니 어디가 아픈지 기진맥진한 모습으로 이틀 만에 나타났어요. 그런데 야옹~! 소리도 못낼 정도로 힘이 없나 봐요. 런닝머신에서 운동하면서 창문을 통해 불렀더니 이러구 그래도 올려다보네요. 남푠 말로는 감기에 걸린것 같다고... 남푠 티셔츠로 이렇게 감싸주고 안타까워서 어쩔 줄 모르네요. 지난번에 하루죙일 걸려서 남푠이 만들어준 냥2네집을 울동네 깡패 수고양이가 빼앗았나 봐요. 쫓아내고 다시 청소를 하고 들여보내려는 데도 가까이 가려고 하질 않는 게 아마도 영역싸움에서 밀린 게 아닌가 싶어요. 밤에만 몰래 와서 집을 차지하고 냥2의 먹이까지 다 훔쳐먹는 그 녀석이 너무나 괘씸해서 벼르고 있던 참였는데 냥2가 사라진것여라. 어디 한 데서..

주저리 주저리 2020.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