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2막 전원생활 548

봄비 내리는 날

밤새 비가 내리더니 아침까지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이제 겨우 꽃망울이 터지려던 홍매에 빗방울이 맺혀 잼난 모습이다. 올망졸망 꽃송이들이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비에 흠뻑 젖었다. 잔뜩 흐린 하늘이 비가 쉬 그칠 것 같지 않다. 제법 쌀쌀한 날씨라서 꽃들도 놀라겠다. 산수유 꽃이 비에 젖어 더 선명하게 보인다. 산수유는 시들어가는 중이고 홍매는 이제 꽃이 피기 시작하니 두 가지 빛깔의 꽃들의 향연이 비가 내리니 한결 운치있다. 수정구슬 같은 빗방울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봄비에 젖은 초록이들 모습이 더 선명하다. 화단 경계목인 통나무에 이름 모를 버섯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참 이상한 모습이다. 날씨가 춥게 느껴지는데 작은 새잎들이 돋아나다가 깜짝 놀라겠다. 봄비에 흠씬 젖은 매화꽃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 ..

봄 봄 봄

24년 3월 25일 월요일 어제 전지한 라일락 가지에 돋아난 새 잎이 아까워서 데리고 들어와 물꽂이를 해뒀었다. 이른 새벽 거실로 나오니 가장 먼저 초록초록한 어린잎들이 눈에 들어와서 얼마나 사랑스럽고 예쁘던지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옆뜰의 장미원에 심었던 라일락이 가지가 시들시들해서 가만히 들여다보니 굵은 가지 아랫부분에 구멍이 생긴 게 근처의 산딸나무까지 피해를 입어서 보니 장수하늘소의 소행이었다. 작년 한 해를 그럭저럭 겨우 견뎌내느라 힘을 다했던지 아직도 회복이 더딘 듯하여 전지를 했는데 차마 버릴 수 없었다. 이렇게나마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하고 싶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대석자두도 꽃망울이 어마어마하게 맺혔다. 보기만 해도 기특한 나무에 매일매일 따뜻한 눈길을 보낸다. 작은 꽃송이처럼 피어나는 ..

정원 가꾸기

24년 3월 22일 금요일 점심 작년에 만들었던 청귤청을 아무리 찾아도 없다. 분명히 다 먹은 것 같지는 않은데 참 이상한 일이다. 찾다가 청귤청 대신 청귤차를 마시기로 했다. 청귤청을 좋아하는 딸랑구한테 보낸 게 아닐까? 작년에 만든 분량으로 봐서는 분명 다 먹은 것 같진 않은데 아무래도 어딘가에 있을 테니 본격적으로 찾아봐야겠다. 상큼하고 향긋해서 오전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두 잔이나 마셨다. 오래전부터 정원에 심고 싶었던 램스이어가 어제 배송되었는데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이 어마어마해서 심지 못했었는데 오늘은 어제 보다 덜 춥고 일기예보에 내일은 비가 온다기에 오늘이 적기다 싶어 이 모종을 꽃밭에 심기로 했다. 고양이들 때문에 모종을 심어놓고도 맘을 놓을 수 없다. 모종 근처에 안전대책을 세워야겠다..

봄꽃놀이 2

우리 집에서 가장 나이 많은 매실나무다. 과감하게 전지를 했더니 한결 젊어진 듯.ㅎㅎ 꽃봉오리가 정말 사랑스럽다. 가지가 많이 잘려나가 그런지 올봄엔 꽃이 유난히 많이 맺혔다. 나의 유년의 뜨락이 생각나는 매실나무라서 내게는 참 정이 가는 나무다. 어린 시절의 소꿉친구들이 생각난다. 이 분홍매는 나이가 엄청난데 강전정을 했더니 꽃이 더 예쁘게 핀 것 같다. 진달래꽃을 보니 화전이 생각나서 산에 가볼까 했었는데 아쿠야~! 갔더라면 클날 뻔했다. 갑자기 온통 하늘이 잿빛으로 변하면서 바람이 어마어마하다. 어제보다 한결 꽃송이가 화사해졌다. 앞으로 피어날 수선화와 튤립을 고양이들로부터 안전하게 지켜내야 할 방법을 모색해야겠다. 어린 청매가 피워낸 꽃송이에서는 달콤하면서도 싱그러운 향기가 난다. 가장 먼저 피었..

24년 3월 18일 월요일

난이 고양이들 발에 밟히지 않고 무사히 꽃을 피웠다. 철쭉 아래 은밀한 곳에 옮겨 심길 잘했당. 비록 화분에 심어 고고한 자태를 맘껏 즐길 수 없지만 야생 그대로의 삶이니 오히려 얘들은 더 행복하지 않을까? 가까이 두고 향기를 즐길 수 없지만 쪼그리고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새로운 즐거움이다. 진달래가 꽃문을 활짝 열고 해바라기 중이다. 예전에 교회 가는 길에 어느 집 담장 너머로 봄마다 진달래꽃이 만개하면 얼마나 아름답던지 그 눈부신 자태에 반해서 진달래 묘목을 사다 심었었다. 하지만 야생에서 자라던 진달래가 잘 자라지 못해 애를 태웠는데 겨우 한 그루가 이렇게 살아남았다. 다시 몇 그루를 더 사다 심었는데 올봄에는 꽃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홍매가 이제서야 꽃망울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화려한 모습으..

꽃샘추위

하루 종일 바람이 많이 불고 추운데 거실에서 정원을 내려다 보니 환하다. 진달래가 벌써 이렇게 피기 시작해서 놀라겠다. 진달래 세 그루 중에서 가장 먼저 심었던 게 제일 먼저 꽃망울이 터졌다. 얘가 동백 가까이에 있어서 찬바람을 막아주어 일찍 핀 모양이다. 활짝 피어나면 얼마나 화사하고 예쁜지 모른다. 작년과 재작년에 사서 심은 것은 아직도 꽃 필 기미가 안 보이는데...... 암튼 올해도 화사한 진달래꽃으로 봄을 즐길 수 있어 반갑고 기쁘다. 복수초가 꽃샘추위에 고개를 떨궜다. 고개 숙인 모습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황금 술잔 같던 화려하던 꽃송이가 이렇게 고개를 떨구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올망졸망 피어난 꽃송이들이 이쯤의 찬바람은 충분히 견뎌내리라 믿지만 추위 보다 고양이들의 발에 밟힐까 봐 조바심이 ..

냥이들과 봄꽃 놀이

24.3.15. 금요일 원예종묘사 가는 길에 꽃집에서 몇 가지 꽃들을 사왔다. 아직은 아침에 서리가 내리기도 하여 꽃밭에 심으려고 샀던 미니수선화와 히야신스는 실내에서 꽃을 보고 시든 후에 심기로 했다. 시클라멘이 화사하게 피어 이렇게 한데 모아두니 귀엽고 사랑스러워 눈이 즐겁다. 실은 밖에 두었다가는 고양이들 발에 밟히지 않을까 하여 모두 다 데리고 들어왔더니 자꾸 시선이 꽃으로 향한다. 호기심 왕성한 냥이들이 이 꽃들을 가만두지 않을게 뻔하니 시클라멘은 화분에서 자라도록 해야겠다. 삐돌이는 꽃박스 속에서 이렇게 점잖게~~ㅋㅋ 작년에도 이 꽃박스 속의 채송화를 요녀석이 이렇게 깔아뭉갠 전력이 있는지라...... 내려오라고 야단을 쳐도 못들은 척~~ 양지바른 곳이라서 그런지 삐돌이는 여기에서 뭉기적거리거..

봄꽃놀이 1

24년 3월 14일 목요일 아침 일기예보의 비 소식 때문에 꽃놀이 여행을 취소한 관계루다 언니들과의 만남도 어그러졌는데 예보와는 달리 비는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아쉬움이 가득한 마음을 달래려 정원의 꽃들과 눈 맞추며 놀았다. 화단 경계석 위 이끼가 잔디처럼 무성하다. 죽은 듯이 있다가 이렇게 뽀시시 살아있음을 드러내는 신기한 생명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니 뜻밖에도 참 아름답더라는...... 미산딸나무의 꽃눈이 바깥세상이 궁금한가 보다. 살짝 꽃송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얼마나 예쁘게 피어날까 자못 기대가 된다. 워낙 꽃모양도 색깔도 화사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요 며칠 심술궂은 날씨 때문에 이제 막 꽃이 피어나던 히야신스가 냉해를 입었다. 하지만 이렇게나마 꽃이 피어 향기를 ..

꽃 출석부

크로커스 진달래 산수유 텃밭의 참나물 머위잎 취나물 구역에서 올라온 새싹인데 이게 취나물은 아닌것 같은데 앞에 뾰족하게 올라온 새싹은 취나물이 확실해 보이는데... 아름다운 머위꽃이 곧 피어나려는 듯. 엄동설한을 견뎌낸 고수가 씩씩하게 돋아났다. 청매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줄곧 이곳에서 머물게 된다. 오전의 따사론 햇살에 꽃문을 연 청매꽃에 벌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뒷뜰의 청매가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다. 청아한 꽃송이에 향기까지 가득해 발길이 이곳에서 멈추게 된다. 매화도 이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연한 핑크빛 꽃망울이 귀엽고 사랑스럽다. 어린 시절 고향집 옆마당의 커다란 매화나무가 그립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추억이... 하늘바라기로 활짝 꽃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매화의 향기에 반하지 않을 ..

24년 3월 10일 일요일

월요일에 언니들과 함께 거제도 여행을 떠나기로 했는데 하필 비 예보가 있어 아쉽지만 숙소 예약했던 것도 취소하고 대신 해외여행을 가족들과 함께 계획하다가 여러 가지로 일정이 맞지 않아 무산된 하루. 단톡방이 시끌벅적 하다가 조용해졌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그동안 가족여행을 몇 번 다녀왔을 텐데...... 아쉬운 마음을 훌훌 털고 정원의 봄꽃들을 관찰하러 나갔더니 어느새 진달래가 꽃망울이 벙글어지고 있었다. 엊그제 캔 냉이로 지난번에 만들어 먹었던 냉이볶음밥을 했다. 둘이 먹기에는 뭐니 뭐니 해도 1Qt 짜리 냄비가 안성맞춤이다. 냉동실의 대하를 꺼내 손질하기 번거로워서 꾀를 내어 대하 대신 동그랑땡을 꺼내 에어프라이어에 살짝 구워 새우 대신 잘게 썰어 넣었더니 지난번 보다 풍미가 좀 아쉬운 듯... 남은..